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첫 적용
20일까지 최근 3년 활동 서면 제출
"고문 활동자료 남기지 않았을 것"
인사청문회 이어 부실 논란 예상
상세하게 보고 땐 총리 업무 제약
지난달 19일 시행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까지 최근 3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던 내역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구성원이 법 적용을 받는 첫 사례다. 한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김앤장 고문 활동 자료를 부실 제출했다는 이유로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이번에도 미흡한 자료를 제출하면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영이 서지 않는다. 반면 활동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고할 경우 이해충돌 문제로 자칫 총리 업무에 제약이 가해질 수도 있다. 인사청문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한 총리가 또 한번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16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20일까지 임용 전 3년 내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을 서면으로 국무조정실 소속 법무감사담당관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고위공직자가 임용되거나 임기를 시작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속기관장에게 민간 활동내역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제출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 총리의 경우 본인이 기관장인 만큼 실무상 부처 내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인 법무감사담당관에게 내역을 제출하게 된다. 일단 총리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시한 내에 자료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활동 내역에는 한 총리가 김앤장에 몸담았던 시절 담당 업무는 물론이고 자문 역할을 한 기관이나 업체의 이름, 활동기간, 업무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는 한 총리가 2017년 12월부터 4년여간 김앤장에서 받은 20억 원의 고문료가 논란이 됐지만, 한 총리는 고문 활동 내역을 일일이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해외 기업의 국내유치,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으로만 적어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인사 검증에 참여했던 야권 관계자는 "청문회 때도 안 낸 자료를 지금이라고 꼼꼼히 제출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고문 재직 당시 활동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원칙과 절차대로 민간 활동 내역을 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해충돌 이슈가 확인되면 해당 사안을 회피 또는 기피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더군다나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행정부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총리 업무가 일부라도 제한되는 초유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민간 활동 내역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보완이 필요할 경우 제출 당사자에게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한 총리의 경우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이 맡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관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직원이 보완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기관장의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간 활동 내역을 제출하도록 만드는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권익위는 부실 제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8, 9월쯤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 총리가 제출한 활동 내역이 공개될지도 관심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다른 법이 금지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위공직자의 업무활동 내역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우선 활동내역을 제출한 뒤 언론이 요청하면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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