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동 공포 가늠 안 돼 "… '세살 의붓아들 폭행 사망' 계모 징역 17년

학대 및 폭행 방조 친부도 징역 4년
"육아의 어려움 술과 폭행으로 해결"

게티이미지뱅크

세 살짜리 의붓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아들을 침대에서 밀어뜨리고 학대를 방조한 친부도 4년간 옥살이를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김승정)는 16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 A(34)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친부 B(39)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자택에서 세 살짜리 의붓아들의 배를 강하게 때려 직장 파열 등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265%에 달할 정도로 만취 상태에서 의붓아들을 폭행했다. B씨도 △2019년 6월 40㎝ 높이의 침대에서 생후 10개월 아들을 발로 밀어 바닥으로 떨어지게 하고 △아내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엄한 처벌 불가피"

3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모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심신상실 등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측은 "산후우울증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술에 의존하는 상황에 빠졌다"며 "어린 딸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이기도 한 만큼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혐의를 계속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은 A씨 폭행으로 인해 사망한 게 인정되고,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심신상실 주장에 대해서도 "A씨의 평소 주량과 지인들과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의 문맥과 문장의 정확성 등을 고려하면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검찰 조사에선 피해 아동이 침대에서 1번 떨어졌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선 '기억이 없다'며 번복하는 등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범행 당시 독박 육아로 심신상태가 매우 열악했고 현재 임신 중"이라면서도 "육아의 어려움을 술과 폭행으로 해결해 의붓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피해 아동이 겪었을 공포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B씨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