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를 다니다 자퇴 등의 이유로 중도탈락한 학생이 서울 지역 대학보다 지방대에서 6.6배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종로학원이 지난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6개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를 다니다 중도탈락한 학생은 총 176명이며, 이 중 지방대 학생이 126명으로 71.6%에 달했다. 19명(10.8%)이 중도탈락한 서울 지역 대학의 6.6배다. 중도탈락자는 반수·편입학 등으로 자퇴했거나, 미등록·학사경고 등으로 제적된 학생을 의미한다.
정원 대비 중도탈락률 지방 7.63% vs 서울 2.41%
정원 대비 중도탈락률도 지방대학이 훨씬 높았다. 전국 반도체 관련학과 총 재적인원은 2,999명이며, 이 중 지방대학 재적인원은 절반 이상인 1,652명이다. 그런데 지방대 재적인원의 7.63%가 중도탈락했다. 서울지역 대학은 787명 중 2.41%가, 수도권 대학은 560명 중 5.54%가 중도탈락했다. 전국 기준 중도탈락률은 5.87%였다.
대학별로는 경북 경주시 위덕대의 중도탈락자가 가장 많았다. 신재생에너지반도체공학부는 재적인원 73명 중 무려 57.5%(42명)가 중도탈락했다. 위덕대의 반도체전자공학전공 역시 108명 중 13명이 중도탈락했다. 이 밖에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14.3%), 원광대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8.5%),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7.3%) 등의 중도탈락 비율이 높았다.
내년도 채용 연계 반도체학과, 지방은 포항공대·카이스트 2곳뿐
지방대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들의 중도탈락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취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3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보면, 내년 반도체학과 신입생을 모집하는 전국 28개 대학 중 기업과 취업연계 계약을 맺은 지방 소재 대학은 포항공대와 카이스트 2곳뿐이다. 반면 서울권은 10곳 중 5곳이 대기업과 취업 계약을 맺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의 중도탈락률을 보면 아무리 유망한 학과라도 경쟁력이 없는 대학에 설치했을 경우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을 막기 위해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하려면 지역 산업 활성화부터"
한편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지역 내 산업·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지역중심 교육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교육개혁 방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소재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역에 취업할 만한 기업이 있느냐"라면서 "이미 쪼그라든 지방 산업단지들은 우수 인재들을 수용할 만한 여력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산업벨트를 활성화하는 한편 대기업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지역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산학협력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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