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안보강화 공약한 여당 지지율 상승
기시다 총리 인기도 한몫...야당은 존재감 없어
여당, 개헌 가능 의석인 3분의 2 확보 전망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15일 폐회함에 따라 일본 정치권은 사실상 선거 국면에 돌입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선거일이 다음 달 10일로 확정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선거 국면에 들어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 이번 선거는 여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일본 국민의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석수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정기국회가 폐회한 15일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에 해당)를 열고 참의원 선거 일정을 확정했다. 이달 22일 공시 후 다음 달 10일 투·개표를 실시한다. 의원 임기가 6년인 참의원 선거는 3년마다 실시돼 절반의 의석을 교체한다. 이번에는 총 248석 중 지역구 75석과 비례대표 50석 등 125개 의석을 놓고 500명이 넘는 후보자들이 출마해 선거를 치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참의원 선거에 임하는 결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 고공행진... 야권은 존재감 없어
일본 유권자들은 정책 결정권이 있는 중의원 선거에선 자민당을 지지하고, 참의원 선거에선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도 표를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자민당의 일방적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수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60%를 넘어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고치에 달한 반면 야당은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달리 ‘듣는 귀’를 강조하며 국회에서도 야당의 질의에 정중한 자세를 유지해, 야당의 공세가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 국민의 안보 불안을 심화시켜, 자민당의 방위력 강화에 지지를 보내는 여론이 증가했다.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의 안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실시한 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여론조사에서도 일본 국민의 3분의 2인 66%가 방위력 강화에 찬성했다. 일본 언론사들이 매년 실시하는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올해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 등 개헌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많아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등 민생보다 안보에 관심
이 때문에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의 선거 쟁점은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민생이 아니라 안보에 쏠려 있다.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 공약에 ‘반격 능력’이나 방위비 대폭 증대를 명기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방위비 증대가 복지비, 교육비 등 민생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인기 없는 공약이었지만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통적으로 ‘방위력 강화’나 ‘방위비 증대’에 부정적이었던 공명당마저 선거 공약에 “방위력을 꾸준히 정비·강화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야권에서도 개헌을 적극 지지하는 일본유신회의 지지율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소폭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두 정당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이지만 이전까지는 입헌민주당이 소폭 앞섰다가 최근 순위가 뒤집히는 조사 결과가 잇따른다. 이에 따라 참의원 선거 후 개헌 논의가 지금보다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참의원 모두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고 국민투표에서도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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