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건의에도 대책 없어
현장에선 "이미 저가경쟁 시작" 아우성
계약 3분의 1까지 줄면 지역경제 타격
국방부, 이달 말 강원도 찾아 의견수렴
강원지역 군납 농가들이 또 상경투쟁에 나선다. 올 들어 국방부는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가 군납제도 개악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한 탓이다.
15일 지역농협과 군납농가 등에 따르면 강원 화천군납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대책회의를 열고 강경투쟁에 다시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는 조만간 국민의힘 한기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의원을 만나 대책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인근에서 시위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다.
국방부와 농민들이 군납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건 지난해 여름부터다. 당시 군 부대 부실급식이 연일 보도돼 국민적인 공분을 사자 국방부는 군대 음식의 질을 높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50년간 이어온 수의계약을 폐지하고 경쟁입찰을 도입하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올해 30%를 시작으로 경쟁입찰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 2025년엔 수의계약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강원지역 군납단체는 "국방부가 저질급식 원인은 조달체계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며 "개악이나 다름 없는 군납제 변경이 반세기 넘게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접경지 농축산업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화천과 철원, 양구를 비롯한 접경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를 찾아 목이 터져라 대책을 요구하며 머리도 깎았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강원지역 군납시장의 규모는 연간 1,600억 원(2020년 기준)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내 19개 농축수협이 참여했다. 경제규모가 크지 않은 접경지역에선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다. 더구나 접경지는 큰 소비시장이 없어 군납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화천군의 농민 A(64)씨는 "이미 판로가 줄어들고, 저가경쟁이 시작됐다는 말들이 나온다"며 "어렵게 판로를 찾는다 해도 수익이 줄어들게 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의계약 방식으론 수수료가 전체 계약금액의 5%였다면, 경쟁입찰 방식으론 납품단가가 유동적이라 적정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가격이 급격히 올라 생산단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니라는 게 요즘 들려오는 하소연이다. 일부는 계약금액이 기존의 3분의 1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군납 비대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약을 하고 지역 국회의원이 수없이 약속을 했던 사안인 만큼, 후속조치를 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우선 구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제25조3항)이 있는 만큼, 계약구매가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한편 이달 말 강원도를 찾아 군납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국방부가 관련 용역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군 급식체계 변경이 일방적인 완전경쟁입찰 전환이 아니라 접경지 및 주둔지 농산물 우선 구매 원칙을 밝힐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국방부와 농민들과의 간담회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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