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종료 조건부 유예'로 개점휴업
北 위협 고조에 군사정보 공유 필요성
나토 정상회의서 한일 정상회담 기대
박진 장관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방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정상화를 언급했다. 지소미아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양국 관계가 험악해진 2019년 '종료 조건부 유예'라는 애매한 수식어를 붙여 사실상 개점휴업인 협정이다. 정상화한다면 민감한 군사정보를 다시 주고받을 만큼 한일 관계가 회복됐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장관은 1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간 또 미국과 함께 정책을 조율하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지소미아가 가능한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데다 올 들어 18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만큼 일본과도 정보 공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전부터 ‘한일관계 복원’을 강조해온 만큼 지소미아 정상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다만 외교장관이 공식 자리에서 언급한 만큼 관련 절차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체결됐다. 기존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을 통해서만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지만, 이후 한일 양국 간 직접 교환 채널이 열렸다. 한국은 휴민트(HUMINT·탈북민 등을 통해 수집한 인적 정보), 일본은 테킨트(TECHINT·정찰위성 등을 통한 기술 정보)에 강점을 갖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신속하게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2018년 10월)에 대해 일본이 2019년 7월 수출 규제 조치에 나서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청와대는 대응조치로 "지소미아를 연장 없이 종료한다"고 일본에 통보했다.
이에 미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킨다'며 파국을 조건부로 유예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됐다. 협정이 살아있지만 그렇다고 제 역할은 할 수 없어 지소미아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이날 박 장관 발언 이후 “지소미아 정상화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소미아가 아직 파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9년 지소미아 파동 이후 정보 공유가 끊긴 탓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일 양국의 발표 내용은 조금씩 엇박자를 냈다.
지소미아 정상화 논의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다.
당초 이달 중으로 점쳐졌던 박 장관의 방일은 일정을 늦춰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 7월 중순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일본을 향한 국내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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