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양제츠, 룩셈부르크 전격 회동
美, 대만해협 긴장 고조에 우려 표명
미, 북핵 문제 압박 속 협력 요청
미국과 중국 외교안보 책임자가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뚜렷한 합의 사항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만부터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까지 미중 간 현안이 두루 논의됐다. 특히 강행 가능성이 높아진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미국의 중국 설득 작업 대목도 눈에 띄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13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회동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지난 3월 로마 회동 이후 3개월, 지난달 18일 전화통화 이후 약 1개월 만의 미중 고위급 만남이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은) 미중관계 핵심 이슈뿐 아니라 여러 지역과 국제안보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도 양측 간 접촉과 대화를 통해 오해와 오판을 줄이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두 사람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양국 간 경쟁 관리를 위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미중 양측이 갈등 속에서도 대화 틀을 이어가는 관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선 미중 현안이 두루 논의됐다. 특히 대만 문제가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신화는 양 위원이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잘못 처리하면 파괴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의 오랜 ‘하나의 중국’ 정책과 원칙적 입장, 대만해협에서의 중국의 공격적 행동 및 경로에 관한 우려를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미중 국방장관은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서도 대만 문제를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당시 중국은 ‘대만 독립 시 전쟁 불사’ 발언도 꺼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때 중국군 상륙 저지에 효과적인 품목을 우선시한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가 나오는 등 물밑에선 대만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문제도 의제 중 하나였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중국이 지원할 가능성에 관해 재차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 문제도 다뤄졌다. 미국은 북한 핵실험 준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중국이 나서서 핵실험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협력을 요청했다. 미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이 “(북핵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의 역사를 보유한 분야”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결을 중국과 협력할 과제로 꼽았다.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지만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시 한국과 추가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날 회동을 통해 중국 쪽에 미리 정지 작업을 한 셈이다. 다만 러시아 역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제재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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