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서 '졌잘싸'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호남서만 6번째 도전… 도민들 성원에 눈물"
득표율 한자릿수→18%… "50% 넘는 날 올 것"
"여당 구성원으로 광주·전남 현안 챙기겠다"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낯익은 얼굴이 전남지사 여당 후보로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지낸 이정현 전 의원이 주인공이다. 19대 국회 때인 2014년 전남 순천ㆍ곡성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파란을 일으킨 이 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순천에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 보수정당 깃발을 연이어 꽂은 그는 정당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퇴장과 함께 세간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의 도전은 지역주의 벽을 깰 수 있다는 자신의 성공담이 밑거름이 됐다. 실제 이 전 의원은 역대 전남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는 가장 많은 1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듯, 한 자리 숫자가 11%가 되고, 다시 18%가 됐다"며 "언젠가 5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았는데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호남에 퍼져 있는 정치적 정서로 판단컨데, 승리가 쉽지 않겠다는 인식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깨지 않으면 영원히 깰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나는 순천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당 대표에도 도전해 성공한 사람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역사를 만들기 위해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선거는 결과로서 말한다. 아쉬움은 없나.
“전남에서 16만여 명의 도민들이 나를 지지해 줬다. 선거가 끝나고 도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감사해서 울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27년간 독점한 전남 도정을 새로운 정부에서 완전히 바꿔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펼칠 수가 없게 돼 만족할 수 없다.”
-낙선 인사 때 흘린 눈물의 의미는.
“호남에서 국민의힘은 지구당 한 곳에 당원이 대부분 몇십 명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서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정당이 아닌 다른 당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운함 때문이 아니라 도민들의 성원이 너무 감사해 울었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선거 패배 원인은.
“국민의힘 조직이 전남에서 너무 약했는데 TV토론도 한 번뿐이었다. 여기에 대선주자급인 이재명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재보궐선거, 그리고 김동연 당선인이 출마한 경기지사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게 도전하는 후보 입장에선 불리했다."
-지역 구도를 허물었던 장본인이다. 이번 선거는 어땠나.
"개인적으로 1995년 광주 시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호남에서만 6번째 도전이었다. 지난 5번의 선거와 비교하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과거 선거에서는 승패와 상관 없이 욕설을 듣거나, 명함을 찢기는 험한 꼴을 많이 봤는데 이번 선거에선 그런 일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
-호남 민심의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030세대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특히 젊은 주부들이 변화를 강력히 원했다. 35년간 민주당이 독점했던 지역 정치에 염증을 느낀 도민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TV토론에서 전남도정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이튿날 만나는 도민들마다 “시원했다” “이번에는 꼭 바꿔라” 하는 얘기를 해주셨다. 호남 유권자들이 주권자로서,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영호남 지역구도가 남아 있다.
"영남과 호남은 상황이 달라서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영남은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울산시장에 일부 기초단체장도 민주당이 배출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도 적지 않고, 민주당 소속으로 영남 출신 대통령도 두 번이나 배출했다. 하지만 호남은 상황이 다르다. 30년 넘게 국민의힘은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호남도 영남처럼 변해야 한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은.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집권 여당의 구성원으로서 광주·전남의 현안을 챙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제 그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신발끈을 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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