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골퍼가 DP 월드 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다. 주인공은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에서 활약하고 있는 린 그랜트(스웨덴)로 스웨덴 남자골프의 간판 스타 헨릭 스텐손을 무려 9타 차로 제쳤다.
그랜트는 13일(한국시간) 스웨덴 틸뢰산트의 할름슈타트 골프 클럽에서 열린 DP 월드 투어 볼보카 스칸디나비안믹스드(총상금 200만달러)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그랜트는 공동 2위 스텐손과 마크 워런(스코틀랜드)을 9타 앞서며 정상에 올랐다. 그랜트는 이날 우승으로 31만 9,716유로(약 4억3,000만원)를 상금으로 챙겼다.
DP 월드 투어와 LET가 공동 주관한 이 대회는 남녀가 겨루는 혼성 대회로 진행한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안니카 소렌스탐과 스텐손이 공동 주최자가 된 이번 대회는 남녀 각 78명씩 출전, 같은 코스에서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순위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매기고, 상금도 똑같다. 다만 남녀 선수 티잉 구역만 달라 여자 선수들이 더 짧은 코스에서 경기했다.
지난해 처음 대회가 열렸을 당시 앨리스 휴슨(영국)이 3위에 올라 여자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랜트 다음으로 성적이 좋은 여자 선수는 가브리엘라 코울리(영국)다. 하지만 그랜트와 코울리의 스코어 차이는 무려 14타나 났다.
이날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그랜트는 초반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골라내며 치고 나갔고, 후반에도 버디 3개를 추가하는 등 별다른 위기 없이 정상에 올랐다.
23세의 신예 그랜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프로 골프 선수로 활약한 골퍼 집안의 일원이다. 할아버지 제임스는 스코틀랜드에서 프로 골프 선수로 뛰다가 스웨덴의 헬싱보리로 이주했고, 아버지 존은 스웨덴 프로 골프 시니어 투어에서 7번 우승했다.
지난해에 LET에 뛰어든 그랜트는 이 대회에 앞서 조버그 레이디스 오픈, 벨기에 오픈 등 2차례 우승을 거뒀다. 스칸디나비안 믹스트는 LET 대회에 포함되기에 시즌 우승은 3승으로 늘어났다. 그랜트는 “남자 선수들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이번 대회에서 내 우승이 여자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되고, 더 주목 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 주최자 소렌스탐은 “그랜트가 홈팬들 앞에서 우승해 기쁘다. 그랜트의 우승은 남녀가 함께 하는 방식의 대회가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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