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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폭력 끝장내자!"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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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폭력 끝장내자!"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인 미국

입력
2022.06.12 17:5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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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랜드 총기 참사 생존자 단체, 전국 집회 개최
450개 도시에서 동시 집회… 희생자 유족도 참여
"총 맞지 않을 권리" 호소… 공화당에 입법화 압박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들이 결성한 시민단체 '생명을 위한 행진'이 11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기 규제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워싱턴 시위에는 시민 3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들이 결성한 시민단체 '생명을 위한 행진'이 11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기 규제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워싱턴 시위에는 시민 3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는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총격범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州)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인 데이비드 호그가 1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내셔널몰 연단에 올라 울분을 토하자, 군중 수만 명이 우렁찬 환호로 화답했다. 시위대가 치켜든 손팻말에는 ‘총이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라’ ‘두려움 없이 공부할 수는 없나’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제 더는 총기 폭력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애틀랜타 등 미 전역 450개 도시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지난달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에서 흑인 10명이,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21명이 숨진 총기 참사가 잇따르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시위를 주최한 ‘생명을 위한 행진’은 17명이 사망한 파크랜드 사건 생존자 학생들이 설립한 시민단체로, 이들이 워싱턴에서 시위를 조직한 건 4년 만이다. 그만큼 미국 총기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제쯤 총보다 아이들을 더 사랑할 건가"... 눈물의 절규

시위에는 버펄로 사건 유족도 참여했다. 백인우월주의자 가해자에게 86세 어머니를 잃은 아들은 “당신이 귀를 기울인다면 교회, 회당, 학교, 그리고 식료품점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절규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무기를 내려놓고 증오를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시장도 “우리는 예전에도 이곳에 모였다. 그간 너무나 많이 모였다. 더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시위 도중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는 사이 한 남성이 갑자기 “내가 총이다”라고 외쳐 일순간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총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현장은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총기 사고가 미국 시민들의 일상에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뉴욕에선 시민 1,000명이 도심을 행진하면서 “언제쯤 총보다 아이들을 더 사랑할 것인가” “전미총기협회(NRA)는 오늘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죽였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텍사스주 오스틴 집회에선 유밸디 사건 희생자의 17세 언니가 참석해 “동생과 나는 양치질을 하면서 아침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사건 당일에는 늦잠을 자서 인사를 못 했다”고 말하다 눈물을 터뜨려 현장을 숙연하게 했다.

"뭐라도 좀 해보라" 트윗... 바이든, 공화당 압박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총기 규제 촉구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총기 규제 촉구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시위대의 외침은 의회를 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총기 규제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총기 자유를 옹호하는 공화당이 의석 절반을 차지한 상원에서 가로막혀 입법화가 무산될 위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8일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살상용 총기 구매 가능 연령 21세로 상향 △일련번호 없는 이른바 ‘유령 총’ 규제 강화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을 담은 ‘자녀보호법(Protect Our Kids Act)’을 찬성 223대 반대 204로 통과시켜 상원에 넘겼다. 상원에서 법안이 가결되려면 찬성 60표가 필요한데, 공화당에서 이탈자 10명이 나와야 한다. CNN은 “최근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의회는 어느 때보다 행동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해묵은 총기 자유ㆍ규제 논쟁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생명을 위한 행진’ 설립자이기도 한 호그는 “모든 미국인은 총에 맞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참히 몰살당했는데도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 이제는 정부에 있는 사람들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명을 위한 행진’은 공격용 무기 금지, 총기 구매자 신원 조사, 총기 소유 면허제 등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유밸디 초등학교 방문 당시 주민에게 들었던 문구를 인용, 의회를 겨냥해 “뭐라도 좀 해보라(Do something)”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시위대에 힘을 보탰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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