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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스트레스가 심장을 망가뜨리는 주범

입력
2022.06.12 1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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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싫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식사는 영 편하지 않다. 음식이 내려가지 않아 속이 더부룩해 토하고 싶고 잠마저 설치게 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이 자율신경이다. 인류는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적과 싸우거나 굶지 않으려고 사냥하느라 죽도록 뛰어야 할 때 자율신경의 한 축인 교감신경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의 도움을 받아왔다.

이 호르몬은 그런 필요가 생기는 순간 부신에서 혈액 속으로 재빨리 분출된다. 그 작용으로 금방 심장 박동수가 늘어나고 혈압이 올라간다.

뛰어야 하니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늘어나고 당장 급하지 않은 위나 장으로 가는 혈액은 줄어들게 되니 위장관 운동은 급속히 떨어진다. 적과 싸우며 죽느냐 사느냐 하는데 소화 능력을 따지는 것은 사치와 다름없으니 쉽게 이해된다.

급박한 상황이 종료되면 아드레날린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자율신경의 다른 한 축인 부교감신경이 고개를 들어 심장 박동과 혈압이 내려가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맛도 살아난다. 이런 식으로 마음과 몸은 자율신경으로 정교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인에게 이런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인류 초기에 살아보지 못해 자신 있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외적 침입이 매일 있지 않았을 것이고 사냥도 삼시 세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전쟁의 연속이다. 필요할 때 드물게 또 잠시 생겼다 분해되고 없어져야 할 아드레날린이 만성적으로 핏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이런저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해되는데 심장에도 눈에 보이는 확실한 손상을 끼칠까? 그렇다.

‘스트레스성 심근증’이 그것이다. 처음 일본에서 발견해 ‘다코츠보 심근염(Takotsubo Cardiomyopathy)’으로도 부른다. 다코츠보는 일본 어부들이 낙지를 잡기 위해 쓰는 작은 항아리인데, 스트레스성 심근증 환자의 심장이 이와 비슷하게 생겨서 이 이름을 갖게 됐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생기면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며 두근거리고 부정맥(不整脈)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의 심장을 검사하니 심장의 일부, 특히 심첨부(心尖部ㆍ심장 끝부분)가 탄력을 잃고 약해져 풍선처럼 불어났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돼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너무 수축시켜 심장근육이 기능을 잃으면서 생긴다. 심장근육이 약화하며 펌프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이 생기고 2차적으로 부정맥이 발생한다.

심부전과 부정맥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면 대개 한두 달 정도면 큰 후유증 없이 낫지만 극히 드물게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물론 다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한다. 여성이 잘 걸리며 특히 50세 이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스트레스야 다 힘들고 받아들이는 개인차가 크겠지만 그래도 어떤 스트레스가 가장 견디기 힘들까? 스트레스 점수를 매긴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배우자와의 이별이다. 1위는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이별이며, 2위는 이혼으로 인한 이별이다. '있을 때 잘해'란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닌 셈이다.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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