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핵시설 규탄' IAEA 결의안 채택에 따른 반발
IAEA 사무총장 "3, 4주 내 철회 안 하면 협상 치명타"
이란이 주요 핵시설에 설치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카메라 27대를 끄겠다고 위협했다. IAEA가 이란에서 미신고 핵물질이 검출된 데 따른 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반발한 조치다. 1년 넘게 표류 중인 서방과 이란의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좌초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이란으로부터 27대의 핵시설 감시 카메라 운영을 모두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란 핵활동 감시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IAEA는 2015년 서방과 이란이 체결한 핵합의에 따라 테헤란,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 등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당시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를 대가로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IAEA가 8일 이란의 핵활동 재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의 비협조로 IAEA가 적발한 미신고 핵시설 3곳에서 발견된 핵물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규탄 결의안을 IAEA 이사회 표결에 부쳐 35개국 중 30개국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러시아와 중국은 결의안에 반대했고, 인도와 파키스탄, 리비아는 표결에 불참했다.
결의안 통과 직후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이란은 IAEA의 감시 카메라 2대 운영을 즉각 멈춘 데 이어 27대의 추가 중단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다만 2015년 이전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 40여 대는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
교착 상태인 핵합의 복원 협상의 재개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이 3, 4주 내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이는 핵합의 복원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불행하게도 이란의 대응은 핵합의 완전 이행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이란의 정치·경제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서방과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로 파기된 핵합의 복원 협상을 추진해왔다. 협상은 초기엔 순항했으나, 지난해 8월 대미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꼬였다. 사남 바킬 영국 채텀하우스 이란 전문가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란이 핵개발 강행 등 국제사회 위기를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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