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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2.06.11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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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야, 이거 내가 꼰대야?"

요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막 중간 관리자에 진입하는 연차가 된 우리에겐 후임과의 사이에서 일주일에 최소 한두 번씩은 이런 의문이 드는 경우가 생긴다. 말하자면 우리 눈에는 실수인데 후배들의 눈에는 아무 문제없는 상황인 것들. 간혹 그것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때는 "그럼 난 그냥 꼰대 할래~" 같은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사실 이 단어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시점이 된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꼰대다 vs 아니다' 류의 질문들에 일일이 입장을 달며 누가 맞는가를 따지고 싶은 건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다 이해하고 포용하는 척하면서 '꼰대 아님'을 어필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가능하면 대체적으로 좋은 선배,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기에, '젊은 꼰대가 더 싫다'는 20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처신에 관한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요즘 특히 신경 쓰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이제 내가 연차로든 나이로든 결코 '어리지' 않다는 걸 인지하는 일이다. 얼핏 보면 당연한 듯해 보이지만 MZ세대라는 난감하고 지나치게 너그러운 구분자가 횡행하는 요즘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이 사실을 자꾸 잊게 된다. 시간은 체감보다 훨씬 빨리 흐른다.

정치에서 호명하는 '청년'과 달리, 회사에서의 20과 30은 결코 같지 않다. 내가 신입사원 시절 열 살 많은 선배들을 얼마나 어려워했었는지, 그들의 말 한마디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 돌이켜보면 이해가 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후배들을 밀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동기들과는 악의 없이 주고받던 짓궂은 놀림들을 자제하거나, 사석에서 발언권을 일정 부분 이상 가져가지 않도록 신경 쓰는 데는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과거의 정체성에 과하게 얽매이지 않는 일이다. 20대 시절의 나는 아르바이트를 두세 개씩 뛰는 고학생이었고, 눈물의 이력서를 쓰던 취준생이기도 했으며, 인기 드라마 '좋좋소'에 등장하는 회사 정승네트워크가 따뜻해보일 지경인 블랙기업에서 착취당했던 신입사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경력을 쌓은 중간 연차의 직장인이며, 화려하지는 않아도 내 앞가림은 할 수 있는 성인이다.

고학생과 취준생과 신입사원. 모두 내 모습이었던 때가 있지만 지금은 지나간 정체성이다. 그랬던 적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으나, 지금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겐 현재의 내 모습만이 보인다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한다. 내가 초년생 시절 겪던 어려움을 지금 겪고 있는 이들과 이야기할 때 공감을 넘어, 과거의 나를 마치 지금 실존하는 양 들이밀며 같은 선상에 있는 듯 구는 건 기만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내 과거의 삶을 떠들기 전에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적고 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현위치 파악'이 아닌가 싶다. 나를 어렵게 생각할 사람에게 과하게 친한 척하지 않기, 과거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이유로 지금 완전히 같은 처지인 척하지 않기. 어째 앞으로는 할 수 있는 말이 점점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지만 글쎄, 이래서 어른에게는 말 잘하는 법보다 적절하게 입 다무는 법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가 보다.


유정아 작가·'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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