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 보험사 재무 건전성 빨간불
일부 보험사 보험금 지급 능력 위협
건전성 규제 풀어 보험사 곳간 넓혀
금융위원회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진 보험사를 구제한다. 고객에게 보험금을 충분히 줄 여유가 있는지 따져보는 지급여력(RBC) 비율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 곳간을 과거보다 더 풍족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9일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RBC 비율 완충 방안을 이달 말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보험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이 위협을 받자 내놓은 조치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앞으로 보험금 지급을 위해 쓸 자본(가용자본)을 보험금 지급 예상액(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 주요 자본인 채권 가격이 내려가, 가용자본은 감소하고 이는 RBC 비율을 하락시킨다.
올 3월 기준 DGB생명의 RBC 비율은 보험업법에서 정한 하한선인 100%보다 낮은 84.5%로 집계됐다. 한화손해보험, NH농협생명, DB생명보험, 흥국화재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RBC 비율이 떨어질수록 보험사가 자기 자본으로 고객에 보험금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적다는 의미로, 관련 법상 마지노선을 못 지키면 금융위의 조치를 받는다.
금융위는 보험사가 대거 당국 관리를 받을 경우 시장 혼란은 물론 보험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어 RBC 규제를 풀기로 했다. 금융위는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상 잉여액의 40%를 RBC 비율 가용자본에 반영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LAT는 보험사가 계약 당시 고객에게 줄 예상 보험금에서 현재 기준 예상 보험금을 뺀 수치로, 금리가 오를수록 많이 남는다. 실제 금리 인상으로 재무건전성 위기에 빠진 보험사도 LAT 잉여금을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LAT 잉여금을 활용하면 보험사는 사옥 매각, 후순위채 발행 등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가용자본을 늘려 RBC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RBC 하락은 금리 상승에 따라 보험업권 전반에 나타난 현상으로 시장 안정 차원에서 바로잡은 측면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자본 구조가 취약한 회사에 대해선 자본 확충 유도 등 보완 장치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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