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제분 적합한 신품종 분질미로 밀 대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밀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가루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쌀(분질미)의 공급을 확대한다. 사실상 전무한 밀 자급률(0.8%)을 보완하기 위한 쌀가루 대체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는데, 이번엔 '전용 품종'을 개발한 만큼 자신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수요(200만 톤)의 10%를 ‘분질 쌀가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쌀은 남아서 걱정인데, 동시에 내려가는 추세인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분질미는 정 장관이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개발한 쌀 품종이다. 일반 쌀은 입자 크기가 커 가루로 만들려면 물에 불려 다시 말린 뒤 제분하는 ‘습식 제분’을 해야 했다. 습식 제분은 가공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 밀가루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가공용으로 개발된 분질미는 전분 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고, 가루 입자가 작아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비용도 적고 전분 손상도 크지 않아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유리하고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 정 장관은 “케이크나 카스텔라 같은 비발효 빵, 어묵, 소시지 등은 얼마든지 분질 쌀가루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쌀 재배 면적 중 4만2,000㏊를 분질미 경작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쌀 재배 면적(73만2,477㏊)의 5.7%에 해당한다. 일반 벼와 달리 밀과 생산 시기가 겹치지 않는 만큼 ‘이모작(쌀+밀)’도 유도해, 밀 재배 면적 또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작물 직불제’를 신설해 분질미 재배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분질미를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기로 했다.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고자 하는 실수요업체에 이를 공급하는 등 상품화 지원에도 나선다.
정 장관은 “쌀가루는 우리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수단이라고 수년간 생각해 왔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쌀 가공산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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