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시, 브랜던 웜키 '그랜드스탠딩'
수년 전 미국 네브라스카 출신 두 살짜리 아이가 올랜도의 한 리조트에서 악어에게 물려 숨지는 비극적 사고가 일어났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요즘 나는 백인 남성 권리에 너무 신물이 나서 악어에게 먹힌 그 두 살짜리 아기 사건이 슬프지가 않아. 걔 아빠가 사고 조짐을 무시했을 테니까.”
극단적인 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상에는, 특히 소셜미디어에는 정의·공정·존엄·권리·평등 같은 성스러운 가치를 수호하겠다며 타인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걸 즐기는 이들이 많다. 누구보다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고 과시하기 위해 도덕적 이야기를 하는 것(때로 자신의 윤리적·정치적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이를 조리돌리고 물어뜯는 행위)을 일컫는 게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다.
미국 도덕철학자인 두 저자는 그랜드스탠딩(눈길을 끄는 행위)이 주로 다섯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도덕적 말에 자신의 말을 덧붙여 인정받으려는 '보태기', 무기 경쟁을 하듯 더 강렬한 주장으로 도덕성을 과시하는 '치닫기', 비도덕적 사안이나 아무 문제 없는 것까지 비난하는 '날조하기', 극도의 분노 같은 '강렬한 감정 표출',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일체의 의견을 묵살하는 '무시'가 그것이다.
두 저자가 이 책을 쓴 건 도덕적·정치적 올바름을 문제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도덕적 이야기로 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좋게 보이려고만 하는지” 묻기 위해서다. 그랜드스탠딩은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적·정치적 의견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도덕적 이야기에 냉소하는 현상이 생기며, 분노의 일상화로 분노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할 때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다 중도파가 이탈하는 등 사회적 손실이 더 크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망치가 집을 짓는 데 쓰이지만 사람을 해칠 수 있듯, 도덕적 이야기 역시 타인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 난무하는 곳이 정치 영역이다. 정치 쟁점을 도덕화하면 타협은 점점 어려워지고 도덕적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정책을 지지하는 일도 생긴다. 그랜드스탠딩의 목적을 이루고 나선 정작 중요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무관심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들은 니체의 사상을 가져와 덕이 있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과시하거나 타인의 눈길을 끌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랜드스탠딩을 줄일 만한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저자들도 모색 단계라며 일단 공개적인 비난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그랜드스탠딩을 하는 개인을 비난하는 것도 포함해서다. 도덕적·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이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덕을 갖춘 이와 그랜드스탠더를 분별해내고 자신의 도덕적 발언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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