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해제" 주장
5년 전 6차 핵실험 땐 '제재 찬성'했는데...
달라진 유라시아 정세가 태도 변화 원인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나란히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3국을 향한 제재에는 찬성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해석되면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감행 이후 안보리 차원의 제재 도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유엔 총회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러의 대북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지난달 25일)에 따른 대북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을 반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듣기 위한 자리였으나, 양국은 되레 "제재를 해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장 연단에 오른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특정 영역에서의 대북제재 완화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전제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나선 후 미국은 상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핵도발 재개 책임을 미국에 물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 역시 "(추가 제재) 조치의 인도주의적 여파는 극히 위험하다"며 제재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최근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사실을 언급한 그는 중·러가 제안한 인도주의적 제재 면제 확대 조치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한 중·러의 이 같은 태도는 5년 전인 6차 핵실험 정국 때와 온도 차가 확연하다.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을 당시 "유엔 안보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금지 요구가 있다"(2017년 4월 외교부 논평)며 안보리의 결의를 앞세워 북한을 압박했다. 러시아 역시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에 "안보리 결의에 대한 과시적 무시로 가장 단호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2017년 9월 외교부 성명)고 북한을 몰아세웠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라시아 정세 급변이 중·러의 태도가 이토록 달라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9일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다만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동맹을 규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제재에는 찬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중국 양자 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심화할 수 있다"고 문 교수는 전망했다.
중·러는 6차 핵실험 당시 미국이 주도한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으나, 북한의 유류 수입을 30%까지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북제재에 대한 해제까지 주장하진 않았던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엔 중·러가 못 이긴 척 안보리 결의를 받아들였지만, 7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에 대해선 '북핵 문제'가 아닌 진영 간 대결전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서방 대 중·러 대결의 대리전 면모를 띨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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