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반 "코로나 위기 끝나도 재택 유지"
인력, 인프라 못 갖춘 중소기업과 온도차
# 한화투자증권은 정부가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했음에도 상시 재택근무 제도를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마련된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활용, 업무 효율을 유지하고 재택근무를 통한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란 게 한화그룹 설명이다.
# 직원 수 20명 남짓인 마케팅 대행업체 A사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유지는 먼 나라 얘기다.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유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사무실 출근이 필수란 게 회사 방침이라서다. 직원들은 "인력과 예산이 적은 회사의 한계"라며 푸념한다.
8일 경영계에 따르면 2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가운데, 재택근무 정착과 사업장 복귀 조치를 두고 고민하는 기업들 선택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자고 시행된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대체로 사무 공간으로의 복귀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원격 근무 시스템 정착이 수월한 대기업들의 재택근무 유지율이 높은 모습이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매출 상위 100대 기업 대상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재택근무 현황'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2.7%가 현재도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조사(91.5%)보다 18.8%포인트(P) 감소한 수치이지만, 재택근무의 정착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단 신호로 여겨진다.
특히 대기업의 약 절반(48.5%)이 코로나19 위기 상황 해소 후 재택근무가 활용되거나 확산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앞서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약 24%(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 69.9% 가운데 43.7%)가 코로나19가 완화된 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수치보다 높다.
재택근무 도입 단계였던 2020년 3월 취업포털 사람인 설문조사에서도 대기업 재택근무 시행이 60.9%인 반면, 중소기업은 36.8%로 격차가 컸는데, 유지 또는 정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현장에선 기업 빈부격차가 재택근무 여건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단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노트북 등 재택근무에 필요한 장비를 (일시 대여가 아닌) 영구지급하거나 원격근무 및 보안 프로그램을 갖출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택근무 도입 여부가 인재 확보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른바 'MZ세대'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근무환경"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직원들의 업무 영역이 넓어 재택근무 도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데 이 경우 근무 여건을 따지는 젊은 인재들을 놓칠 수 있는 요인이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재택근무 도입 여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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