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등 권위 있는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고 이번에는 '브로커'를 통해 일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호흡을 맞췄다. 배우 송강호는 자신이 많은 유명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 중 하나를 외모로 꼽았다.
자신의 외모가 조각 같다거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함과 가깝다고 믿는다. 송강호가 생각하는 영화는 삶과 이웃, 사람을 연구해 탄생한 결과물이고 자신은 일상 속의 우리들을 그려내기에 적합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다. 이가 운과 함께 작용해 선택을 받은 듯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에서 맡은 역할은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이다. 지난 8일 송강호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브로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브로커'로 만난 인연들
송강호는 '브로커'로 만난 인연들을 보석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존경하고 좋아하고 감독님, 배우들과 잊지 못할 작품을 관객분들에게 소개해 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했다. 그의 시선에서 '브로커'의 메가폰을 잡았던 고레에다 감독은 '철학을 갖고 있는 덕장'이었다. 그는 고레에다 감독에 대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말들에 귀를 기울이시고 적극적으로 수용하신다. 권위를 갖고 계시지 않았다"고 했다. 감독이 이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복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단다.
송강호는 이지은이 보여준 삶에 대한 깊은 시선, 연기력, 말솜씨를 칭찬했다. 이주영과 관련해서는 "배우로서 갖고 있는 잠재력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도 훌륭하게 잘 해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배두나의 노련함을, 강동원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세를 극찬했다.
'브로커'에 담긴 열정
'브로커'에는 송강호를 포함해 많은 배우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송강호는 작품을 위해 바느질 연습을 했다. "세탁소 사장님에게 직접 (바느질을) 배웠다"고 밝힌 그는 "물론 내가 아주 전문적으로 할 수는 없었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브로커들의 여정을 뒤쫓는 형사 수진 역의 배두나가 정성을 담아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했다고도 했다.
송강호는 촬영을 할 때부터 '브로커'의 성공을 예상했다. 이지은의 열연과 제작진의 열정이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단다. "이지은씨가 비를 맞고 밤을 새우며 덜덜 떨었죠. 그러는 걸 보고 안쓰러우면서도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요. 이지은씨의 강단 있는 연기와 고레에다 감독님, 스태프들의 열정이 그날 밤을 밝혔습니다."
송강호의 연기 철학
송강호는 함께 호흡을 맞추는 출연자에 대한 존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상대 배우에게 이래라저래라 한 적이 없다. 상대 배우를 100% 존중하지 않으면 앙상블이나 교감이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물론 (연기가) 끝나고 내 의견을 물어봤을 때 답해줄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촬영을 할 때는 감독님, 그리고 상대 배우의 연기와 마음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송강호는 많은 대중이 선택할 작품인지 아닌지에 따라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새로움'이다. 차기작 '거미집'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안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형식, 내용, 연기 등 관객분들께 새로움을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듯합니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도전이 될 수 있고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해요."
칸 영화제 후에도 빛날 초심
1996년 '우물에 빠진 돼지'로 영화계에 발을 내딛고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온 송강호는 '브로커'를 통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게 됐다. 트로피를 받은 그는 봉준호 김지운 감독 등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수상 당시를 떠올리던 송강호는 "너무 영광스러웠다. '브로커' 팀과 같이 나란히 앉아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지만 그는 꾸준히 초심을 유지할 계획이다. "그동안 주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질책해 주셨던 영화 팬분들께 이 영광과 기쁨을 바친다. 수상 이전이든 이후든 변함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하는 송강호의 눈빛에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송강호가 젊은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짧고 간단하다. 바로 "더 잘해라"다. 참으로 그 다운 말을 남긴 송강호가 앞으로 영화계에서 펼칠 활약에도 기대가 모인다.
한편 '브로커'는 지난 8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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