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에 ‘86그룹(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맏형'인 우상호 의원을 추대했다. 4선 현역의원에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인 성향으로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의 충돌을 진화할 소방수로 당 전면에 나서게 됐다.
우 의원은 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지방선거 패배로 힘들어하는 당을 수습하는 일이 첫 과제”라며 “지금 터져 나오는 당의 갈등을 빨리 수습해서 당이 한목소리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대대적 혁신보다 안정과 화합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우 의원은 주변에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무리한 혁신보다는 갈등 조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우 의원을 추천하고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추대됐다고 한다. 당초 비대위원장은 경륜 있는 원로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모두 고사하면서 계파색이 옅은 우 의원이 총대를 멘 셈이다.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자기 정치를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자유로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 대표적 전략통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2016년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비대위원 역시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 합류했다. 초선의원 대표로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의원, 재선 대표로 부산 출신 박재호 의원, 3선 대표로 환경부 장관 출신 한정애 의원이 선임됐다. 원외 인사로는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청년ㆍ여성 몫 비대위원을 추가로 선임해 이번 주 ‘우상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우 의원이 '독배를 들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비대위 역할인 '대선ㆍ지방선거 패배 원인 평가' 과정에서 친문, 친명계 양쪽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8월 전당대회 규정을 둘러싼 계파 갈등 관리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날 의총에서도 ‘전당대회 규정’을 둘러싸고 ‘권리당원 자격 기준을 완화하자’는 친명계와 ‘현행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친문계의 입장이 갈라졌다고 한다. 친명계는 3월 대선 당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며 입당한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권리당원에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친문계는 ‘팬덤정치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면 반대하고 있다.
다만 계파와 무관하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우 의원에게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 의원은 6일 TBS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의원들의 다수 의견은 걱정하는 쪽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친문계가 보인 일사불란한 움직임에도 비판적 입장을 표했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우 의원이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는 만큼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갈등 조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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