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레암에 중국군 주둔 기지 기공식 임박
인도·태평양 지역 내 첫 중국 군사 기지
3월 동중국해에서 훈련을 벌인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젠(J)-15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캄보디아 내 중국 해군 기지 건설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남·동중국해 한복판에 중국의 첫 번째 군사 거점이 마련된다는 뜻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가둬 두려는 미국의 포위망에 '구멍'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복수의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캄보디아 남부 레암 해군 기지에 중국군이 사용할 해군 기지가 마련될 예정"이라며 "레암 해군 기지를 확장한 뒤 기지 북쪽을 중국군 전용 기지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관리도 이를 인정했다. 한 서방 국가의 관리는 "중국군이 독점적으로 해당 기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과학자들도 함께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오는 9일 주캄보디아 중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군, 비밀 유지 위해 군복도 안 입었다"
중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수년간 비밀리에 기지 건설을 추진해왔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2019년 양국이 해군 기지 건설 협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양국 모두 이를 강력히 부인했으나, 이듬해 해군 기지 확장 계획이 확정됐다. 당시 중국은 자국 병력이 주둔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말 것을 캄보디아에 요구했다. 캄보디아 또한 외국 군대 주둔이 헌법으로 금지돼 있는 데다 미국의 시선을 의식해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중국군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중국군이 군복을 입지 않거나 캄보디아군과 유사한 군복을 입어 왔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부인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캄보디아 측은 헌법상 외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허용하지 않으며, 기지 개조의 취지는 캄보디아 해군의 해양 영토 보전과 해상 범죄 척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이 아닌 캄보디아 측 입장을 인용해 반박한 것으로, 차후 이 기지의 존재가 드러났을 경우 곤혹스런 처지에 몰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태도로 해석된다.
해당 기지가 실제 완공될 경우 2017년 건설된 아프리카 지부티 기지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해외 군사 기지가 된다. 특히 미중 간 인·태 지역 패권 다툼의 중심부인 남·동중국해에 중국이 최초의 군사 거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상당하다. 중국 본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해상 작전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대표는 "중국의 군사 네트워크는 미국에 열세였다"며 "캄보디아 기지는 중국의 인·태 지역 병력 투입 능력치를 이전엔 불가능했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과 동시에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이뤄진 쿼드(QUAD)를 본격 궤도에 올린 데 이어 미국·영국·호주 등 3국 간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까지 출범시켰다. 호주에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원'이라는 파격적 협력까지 제공하며 중국의 인·태 지역 진출 길에 덫을 놨지만, 중국의 역습을 맞은 모양새가 됐다.
'회색지대 점유' 미중 경쟁 가열 전망
왕이(오른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사모아 수도 아피아에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사모아 총리와 양자협약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아피아=AFP 연합뉴스
아세안과 남태평양 등 미중 갈등 구도에서 이른바 회색지대로 여겨지는 지역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열흘간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등 남태평양의 8개 도서 국가를 방문해 기후변화 대응·보건·무역 등 15개 영역에 걸친 포괄적 협력 합의를 도출했다. "남태평양 지역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재 중국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중국 무장 경찰 파견 및 선박 기항을 골자로 한 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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