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당선인 "도청 이전 정략적 결정 안 돼"
3000억 들인 2027년 신축 플랜에 급제동
시민단체 "미군기지, 도청 아닌 시민 품으로"
강원도는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지사직을 탈환한 곳이다. 신구 권력 교체를 반영하듯 숙원사업인 도청 이전을 놓고 벌써 시끌시끌하다. 김진태 당선인이 부지 재검토를 강력 시사하면서 '흔적 지우기' 논란마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지자체장은 춘천 미군기지 자리를 점찍어 도청을 새로 짓기로 했다. 앞서 3월 도청 신축·이전 비용(3,089억 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고, 도와 춘천시는 봉의산 아래 현 청사와 캠프페이지 내 부지를 맞바꾸는 세부 방식까지 정했다. 3년 뒤 착공해 2027년 6월 새 건물에 입주하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김 당선인이 제동을 걸었다. 65년 된 노후청사인 만큼 신축에는 동의한다. 현 도청 소재지인 춘천의 다른 곳에 청사를 짓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왜 미군기지 부지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 당선인 측은 표면적으론 캠프페이지 부지(6만㎡)가 강릉시 등 타 지자체 청사보다 협소하고 시민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강원도와 춘천시를 장악했던 시기에 정한 계획인 만큼 김 당선인이 곧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당선인 측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소속) 육동한 춘천시장 당선인과 8일 만나 몇 가지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견례를 겸한 자리"라고 선을 그었으나, 당선 직후 도청 신축 및 이전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던 만큼 재검토를 염두에 둔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 시절 김 당선인은 "도청 이전은 정략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도시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춘천지역 내에서 최적의 부지를 다시 찾겠다"고 강조해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육 당선인도 최근 "캠프페이지 도청사 이전 결정과정과 위치, 적정성에 대한 여론이 있었기에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터라 소속 정당이 다른 두 당선인이 뜻을 같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원도청 이전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 의원이 춘천시 소양로와 근화동 일대에 걸쳐 있는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내 신축을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 들어 같은 당 소속 최문순 지사가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최 지사와 강원도는 1957년 지어진 청사가 너무 낡아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춘천시민 2,26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6.5%가 캠프페이지를 최적지로 꼽았다며 이전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도지사 선거에서 패하고, 시민단체 반대도 갈수록 거세지면서 기류가 점차 바뀌는 모양새다.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강원도가 이전 근거로 제시한 여론조사가 현 청사 붕괴위험을 강조하고 캠프페이지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캠프페이지는 시민공원으로 용도가 정해진 만큼 도청을 다른 곳에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연대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캠프페이지를 시민에게 돌려주기로 했던 약속을 뒤집어선 안 된다"며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들에게 도청사 이전을 원점에서 검토해달라는 취지의 질의서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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