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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 때 스마트폰 들고 가지 마세요…자칫 치질로 고통

입력
2022.06.0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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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을 갈 때 거의 빼놓지 않고 들고 가는 것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가져가는 행동은 자칫 항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송주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러면 혈액이 항문으로 심하게 쏠리게 해 치핵(痔核)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치핵은 항문 점막 주위의 돌출된 혈관 덩어리를 말한다. 항문 질병을 뜻하는 ‘치(痔)’와 덩어리라는 ‘핵(核)’의 합성어다. 치핵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포함하는 치질(痔疾)의 70~80%를 차지한다. 항문의 점막이 찢어진 ‘치열(痔裂)’이나 항문 염증으로 구멍(누공)이 생긴 ‘치루(痔漏)’와 다르다.

치핵은 항문 안에 생기는 ‘내치핵’과 밖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아프지 않고 피가 나거나 배변할 때 돌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돌출된 덩어리가 부으면 심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외치핵은 항문 가까이에 발생하고 급성으로 혈류가 고여 혈전이 생기면 내치핵보다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항문 주위에서 단단한 덩어리를 만질 수 있고 터지면 피가 난다. 두 유형의 치핵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송주명 교수는 “치핵의 40% 정도는 증상이 없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된 경우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는 경우도 있다”며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같이 묻어 나오는 형태가 흔하다”고 했다.

치핵 수술은 국내에서 백내장 수술과 일반 척추 수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시행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치핵 수술 환자는 16만7,522명이었다. 백내장과 일반 척추 수술 환자는 각각 45만4,068명과 17만8,854명이다.

특히 치핵 수술은 40대에서 3만7,070명이 받아 백내장 수술(1만9,942명)과 일반 척추(1만3,805명) 보다 2~3배 많다.

치핵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소인과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변비, 음주, 설사 등도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경우 임신ㆍ출산으로 골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된다.

치핵 진단은 직장 수지(手指) 검사로 대부분 가능하다. 직장 수지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는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이 심하거나 40대 이상에서는 종양이나 다른 장 질환과 구별하기 위해 내시경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치핵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출혈이 반복되거나 심하거나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거나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피부 늘어짐으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한다면 시행한다.

보통 △돌출된 치핵 조직을 수술로 절제하는 방법 △원형 자동 문합기(吻合機)로 상부 항문관 점막이나 점막하층 절제·고정해 돌출된 치핵 조직을 항문 안으로 되돌리는 방법 △치핵 동맥을 묶어 치핵을 치료하는 방법 등이 있다.

치핵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L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독서 등은 피한다. 또 변비나 설사를 유발하는 약물 복용은 피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따뜻한 물로 좌욕한다.

간혹 치핵을 포함한 치질이 오래되면 대장암 등 항문암으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치루는 항문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에 주의해야 한다.

송주명 교수는 “치질과 항문암이 공통으로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검사나 검진을 통해 치질 악화를 예방하고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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