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중 자택 게양 6명뿐… 미게양 8명
취재 시작되자 "비 때문에, 오후에 걸어"
윤 대통령 자택은 건물구조상 게양 불가
주상복합 추경호·한동훈 자택도 공동 게양
일부는 '조기' 대신 평상시 방식으로 게양
보훈단체 "마음가짐 문제… 정신 차려야"
윤석열 정부 1기 국무위원 중 절반 정도가 현충일에 자택에 조기(弔旗)를 게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명용사비 참배를 첫 정치 일정으로 삼으며 보훈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작 적지 않은 국무위원들은 정부 출범 뒤 첫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제67회 현충일을 맞은 6일 한국일보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때 제출한 주소지를 모두 찾아가 본 결과,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또는 국무위원 후보자 20명 중 8명이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태극기를 자택에 게양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총리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4명에 불과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에 내린 비 때문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6일 오전 10시 30분 이후엔 비가 그쳤으며, 본보가 두 사람 집을 방문했던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도 태극기가 게양돼 있지 않았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 후보자는 "오전에 비가 많이 와서 집 내부에 조기를 걸었으며, 날이 갠 후 외부에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에 사는 김 장관도 "비가 와서 태극기를 거둬들였다가, 날이 갠 뒤 다시 걸었다"고 설명했다.
국무위원 8명의 거주지에선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집 구조 때문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건물구조상 태극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윤 대통령과 강남구 래미안도곡카운티에 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남구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마포구 마포한화오벨리스크에 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자택에 태극기를 달지 못했다. 이곳에선 아파트 단지 내에 태극기 게양대를 두고 공동 게양을 하고 있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또한 공동 게양하는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다만 추 부총리와 권 장관이 거주하는 곳에선 깃면의 너비 만큼 내려서 다는 조기 게양 대신 평상시와 같은 방식으로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보훈단체에선 현충일에 조기를 게양하지 않은 장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지남 광복회 이사는 "장관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분들이 현충일에 조기를 달지 않는 것은 장관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장관들이 우천을 이유로 뒤늦게 게양했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도 "예전엔 물감이 안 좋아 번지는 것 때문에 그랬지만 요즘엔 1년 내내 게양하는 곳도 있다"며 "우천 핑계를 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안종민 천안함전우회 사무총장도 "일류 보훈은 조기 게양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현충일 기념식에는 참석하면서 집에 국기를 달지 않았다면 마음가짐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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