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배럴당 120달러대 치솟아
바이든, 사우디 방문·제재 해제로 공급 확대
원유 공급 확대 제한적... 국내 정치 고민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치솟은 유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달래고, 베네수엘라 제재까지 부분 해제하면서 원유 공급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유가 오름세를 진정시키기에는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딜레마’ 투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힘으로 기름값을 잡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에너지 기업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미 국무부가 허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반미 성향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제한했던 원유 수출 제재를 풀어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망을 끊으려 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물량을 풀어 공급난을 완화하려 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연말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을 90%까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한 미국의 우회 지원은 현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3일 배럴(158.9L)당 121.08달러에 달했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5일 기준 갤런(3.78L)당 4.8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중 사우디를 방문해 추가 증산을 설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사우디가 주도하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원유 증산 계획을 밝혔지만 유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타고 있다. 중국 수요 증대, 러시아 공급 제한 같은 변수 영향력이 더 큰 탓이다.
문제는 미국의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NYT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세계 원유 공급의 약 12%만을 차지한다”며 “원유, 주로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세계 반쪽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따라 치솟거나 떨어질 수 있고 어떤 대통령도, 그가 아무리 강력하거나 유능하다고 해도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원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이 필요한데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 어설픈 타협을 할 경우 공화당의 정치 역공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섣불리 나설 수도 없다.
알래스카와 멕시코만 같은 곳에서 석유 시추에 더 많은 땅과 수역을 개방하는 문제도 해법 중 하나지만 환경운동가와 민주당 진보그룹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 새로운 유정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몇 년이 소요돼 지금 당장의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에너지장관을 지낸 빌 리처드슨은 NYT에 “대통령은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불행히도 나쁜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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