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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영화 '모비우스' 재개봉...영화관 안 가는 이상한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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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영화 '모비우스' 재개봉...영화관 안 가는 이상한 팬덤

입력
2022.06.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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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비우스', '망작' 취급되며 컬트적 인기
팬 자처한 네티즌 일부, 온라인서 불법 상영 시도도
정작 소니의 영화관 재개봉에는 냉담한 반응
"SNS는 SNS일 뿐, 현실이 아니다"

배우 자레드 레토가 주연한 영화 '모비우스'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배우 자레드 레토가 주연한 영화 '모비우스'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선 신선도 17%, '메타크리틱'에선 100점 만점에 평균 35점. 비평과 관객 양쪽에서 비교적 냉담한 평가를 받아 왔던 소니의 슈퍼히어로 영화 '모비우스'가 기이한 온라인 팬덤의 등장에 힘입어 재개봉까지 했다. 하지만 재개봉 첫날 성적은 8만5,000달러로 신통치 않았다.

기현상은 이상한 팬덤의 성격에서 비롯됐다. 영화가 좋은 것이 아니라 너무 나쁘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 '나쁜 영화'에 대한 비뚤어진 애정을 보이는 것이 인터넷의 유행이 됐기 때문이다. '모브헤드(Morbhead)'라고 불리는 이 팬덤은 "모브할 시간이다(It's morbin' time)"라는 사실상 뜻이 없는 유행어까지 퍼트리며 '모비우스 참고 보기'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비우스'가 뭐기에

올해 3월 국내에서도 개봉한 '모비우스'는 유명한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캐릭터, 뱀파이어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등이 활약해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별개로 소니픽처스에서 제작하는 영화기도 하다. 같은 세계관 영화가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마블 팬 필수 감상' 영화도 아니고, 주인공 캐릭터의 인기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며, 영화의 분위기도 '슈퍼히어로' 영화라 하기엔 지나치게 어둡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1억6,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비평가와 관객 모두 영화 자체에 대해선 좋지 않은 감상을 내놓고 있었다.

그런 영화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인터넷의 한구석에서 이상한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시작은 "모비우스가 너무 나쁜 영화인 나머지 모비우스를 여러 차례 보는 도전을 하고 있다"거나 "돈을 쓰지 않고 모비우스를 보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는 식의 소소한 농담이었다.

이런 농담이 끝을 모르고 번지면서 점차 인터넷 유행, 즉 밈(meme)으로 변질됐다. "모비우스는 역대 최고의 영화" "알고 보니 로튼 토마토 평가가 200%라더라(최대치는 100%)" 등의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농담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비우스를 봤든, 보지 않았든, 모비우스란 영화가 화제에 오르면 무조건 찬양하는 것이 인터넷에서 암묵적인 규칙이 돼 버렸다.

모비우스에 집착하는 네티즌, 급기야 '불법상영'까지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영화 '모비우스'를 있는 그대로 상영하는 모습. 저작권 침해 행위임에도 12시간 이상 제지 없이 지속됐고 2,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다. 트위터 캡처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영화 '모비우스'를 있는 그대로 상영하는 모습. 저작권 침해 행위임에도 12시간 이상 제지 없이 지속됐고 2,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다. 트위터 캡처

모비우스가 디지털판으로 출시되자, 모비우스의 '팬'들은 모비우스의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나눠보기 시작했다. 모비우스를 즐기는 행위를 '모브(Morb)'한다는 신조어로 표현하고, 구호로는 '모브할 시간이다(It's morbin' time)'를 외치며 유행어로 만들었다.

지난달 26일에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에서 모비우스를 24시간 동안 계속 틀겠다는 스트리머(방송인)가 등장했다. 'Morbius247(24시간 7일 동안 모비우스라는 뜻)'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방송은 무려 12시간 이상 지속됐다가 저작권 규약 위반으로 강제 폐쇄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트위치에서는 무료 상영을 시도하려는 방송이 산발적으로 등장했다. SNS 트위터에서는 영화를 2분짜리 영상으로 잘라서 연재하는 계정이 나타났다. 블로그 서비스 텀블러에서는 영화 내용을 잘라 움직이는 그림 파일(GIF 파일)로 만들어 올리는 블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재개봉도 했지만 "영화관에선 좀..."

영화 '모비우스' 주연 배우 자레드 레토가 재개봉을 홍보하기 위해 모비우스 팬들의 유행어 '모브할 시간이다'가 부제로 달린 대본을 읽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화 '모비우스' 주연 배우 자레드 레토가 재개봉을 홍보하기 위해 모비우스 팬들의 유행어 '모브할 시간이다'가 부제로 달린 대본을 읽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당연히 이런 행동은 모두 저작권 침해다. 하지만 늘 저작권과 공유의 경계가 흐릿한 인터넷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소니픽처스는 이 유행에 올라타기로 결심했다. 3일부터 1,000여 개 상영관에서 모비우스의 재개봉에 나선 것이다. 주연배우 자레드 레토 역시 "지금 몇 시지(What time is it)?"라는 메시지를 올리고, '모비우스 2: 모브할 시간이다'라고 적힌 대본을 읽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모브헤드'의 재감상을 권했다.

다만 이런 시도의 성과는 아직까지 썩 좋지 않다. 네티즌 가운데 일부는 "이 영화를 실제로 보러 가지 않음으로서 모비우스의 (부정적인) 인기를 역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잡지 포브스는 "소셜미디어는 소셜미디어일 뿐, 현실 세계가 아니라는 증명"이라면서 소니의 시도를 냉소적으로 묘사했다.

인터넷의 '망작 영화 유행시키기'는 모비우스가 처음이 아니다. 한국에는 이 분야의 대표작인 '클레멘타인'이 있다. 200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만듦새가 나쁘다는 평가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영화 페이지에선 이 영화의 평가 별점이 네이버 9.37점, 다음 9.1점 등으로 높다. 평가를 보면 "한국 영화는 클레멘타인 개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등 반 농담성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에서는 2003년작 '더 룸'이란 영화가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봉 당시에는 저예산 영화이자 망작으로 외면을 받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후에 '전설적인 망작'으로 재조명되면서, 2020년까지도 감독 겸 주연인 토미 웨소가 직접 상영회 투어를 다닐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2017년에는 '더 룸'의 제작 및 촬영 과정을 다룬 영화 '디재스터 아티스트'가 만들어져, 주연배우 제임스 프랭코가 골든글로브 영화 뮤지컬·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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