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처리 수문장 역할하는 요직
국민의힘 "혁신은 법사위 내려놓기"
민주당 "정권견제 위해 우리가 해야"
공전 길어지면 여당에 유리한 구도
6·1 지방선거를 치른 여야의 다음 승부처는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다. 특히 18개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상원'이라 불릴 만큼 상징성과 권한이 막강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의 합의를 근거로 후반기 몫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권견제를 위해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왔다는 관행을 들어 버티고 있다. 다만 국회 공전이 길어질수록 유리한 쪽은 여당이란 견해가 많다. 여론전이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전반기 임기가 지난달 29일부로 종료된 이후 후반기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이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여야 원구성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에 조속한 원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협상 자체가 어려워졌다. 민주당이 이번 주 중 혁신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한 만큼 원구성 협상도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안에서 혁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혁신은 지도부 인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만의 정치와 결별하는 것"이라며 "법사위부터 내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명분도 있다. 지난해 7월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었다.
민주당은 '정권견제론'을 펼치며 방어 중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곳곳에서 검찰 출신 인사가 포진돼 있는 만큼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난해 원구성 합의가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한다. 지난 4월 국민의힘이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파기한 전례가 있는 만큼, 야당도 지난 원구성 합의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주면 국회운영위원장 등 다른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 지체를 호재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가 '올스톱'된 이유를 민주당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면 원구성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게다가 국회 공전이 길어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는 상황도 여권에 나쁠 게 없다. 현재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등이 여태 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법상 일정 기간 내에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은 임의로 장관 임명을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음주운전과 '관사 재테크' 논란에 휩싸인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를 겨냥한 '송곳 검증'을 피해 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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