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규제 입법 했다면 446명 희생 막았을 것"
미국 민주당, 이번 주 하원 법안 처리 시도
공화당 반대에 총기 규제법 통과 가능성 낮아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주요 총기 규제 법안이 1999년 이후 실제 제정됐다면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중 3분의 1은 줄일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킬링필드(대학살 현장)’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호소에도 상황은 달라질 기미가 없다. 총기 규제 입법 관련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파적 분열은 커지고 있다.
1999년 4월 미 콜로라도주(州) 리틀턴 컬럼바인고등학교에서 재학생 2명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교사 등 13명이 숨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21세 미만 총기 구입 금지, 총기 구입시 신원 조사 강화, 안전한 총기 보관 장려,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 4가지 조치를 취했다면 이 사건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3분의 1, 최소 35건의 진로를 바꿀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35건의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는 모두 446명이었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폭력예방연구프로그램 책임자 가렌 윈뮤트는 “완벽하고 100% 효과적인 정책 같은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라고 NYT에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하원에서 총기 규제 법안 처리를 시도한다. 여기에는 반자동소총 구매 가능 연령 상향, 총기 밀매와 대용량 탄창 판매 연방범죄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도 2일 대국민연설에서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숨을 잃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총기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처리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공화당은 2일 열린 하원 법사위에서 총기 규제 법안이 준법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영구 박탈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상원의원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1994년과 2002년만 해도 정치권의 총기 규제 대응은 달랐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1994년 당시 잇따른 총기난사 사건으로 의회는 반자동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했다. 찬성은 236표, 반대는 195표가 나왔는데 공화당 의원 중 46명이 찬성 표를 던져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됐다. 2002년 샌디훅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에는 공화당 소속이었던 존 뵈이너 하원의장이 앞장서 총기 규제에 관한 논의를 촉구했다. 지금과 같은 당파 간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절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당의 기본 노선에 반기를 들 경우 정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달 14일 뉴욕주 버팔로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 방안을 지지했던 크리스 제이콥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당내 반발로 재선 경쟁에서 낙마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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