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살인 혐의 받자 지난 3일 차량 안에서 극단 선택
가족 차량 사고 3차례 아버지도 숨져 석연치 않아
피의자 사망했지만 내연녀 구속… 전모 밝힐지 주목
지난달 3일 발생한 사고로 여동생이 숨진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항 인근 현장.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40대 남매가 함께 탄 차량이 바다에 빠져 여동생만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를 받았던 친오빠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지난해 남매의 아버지가 탄 차량이 강에 추락해 아버지가 숨진 사건도 살펴보고 있지만, 핵심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울산해양경찰서와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 12분쯤 경남 김해시의 공사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살인 혐의를 받고 있던 A(4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3일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자신의 여동생(40)과 함께 차량을 타고 바다에 추락하는 방법으로 여동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해경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A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여동생을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해경은 사건 전날 뇌종양을 앓아 운전이 불가능한 여동생을 운전석에 태우고 A씨는 조수석에 탑승해 차량을 움직이는 예행 연습을 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사건 당일 차량에 타기 전에 자신의 휴대폰 등 짐을 차량 밖에 뒀고, 사건 직전 여동생 명의 보험금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한 후 법정 상속인을 자신으로 변경했다.
해경은 자살 방조와 보험사기 혐의 등으로 A씨와 A씨 동거녀 B씨에 대해 살인과 살인 공모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가 지난 2일 열릴 예정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자, 해경은 A씨의 행방을 쫓았다. 사고 차량 명의자인 B씨는 혼자 출석해 구속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가족에게 비슷한 차량 사고가 두 차례 더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4월 18일 부산 강서구 둔치도 인근에서 A씨 남매가 탄 승용차가 강에 빠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고, 지난해 7월 15일 A씨 아버지가 탄 승용차가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에 추락해 아버지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A씨는 당시 “아버지와 낚시를 하고 헤어졌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강바닥에 가라앉은 차량 안에서 숨진 A씨의 아버지를 발견했다. A씨의 아버지가 가입한 보험회사에선 1억 원가량의 보험금을 자녀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A씨 아버지가 숨진 사건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 왔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인 A씨가 숨지는 바람에 사실상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A씨의 여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내연녀 B씨가 구속돼, 재판 과정을 통해 사건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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