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기간 가혹행위한 선임병
"내 생일 고깔모자 왜 쓰냐"며 폭행도
코로나19 격리 기간 군대 후임병을 지속해서 폭행하고 괴롭힌 선임병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 특수폭행, 강요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해병대 모 부대 병장으로 복무한 A씨는 같은 부대 소속 병장 B씨, 상병 C씨, 피해자인 일병 D(22)·E(19)씨와 지난해 3월 4일부터 15일까지 코로나19 예방적 격리를 위해 임시생활반에서 지냈다.
A·B·C씨 등 선임병들은 매일 소등(오후 10시) 이후 피해자인 D·E씨에게 장기자랑을 하게 했다. 단지 격리 생활이 심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1시간 이상 아이돌 춤추기, 여자 연예인이랑 모텔을 다니는 상황극, 성대모사, 삼행시, 자고 싶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기 등을 시켰다.
자신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하루 종일 휴대전화 쳐 보면서 선임 한 번 못 웃기냐", "준비 안 하냐. 그게 웃기려고 한 행동이냐", "선임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 폭언을 하거나 기합을 줬다.
삼행시가 재미없을 경우 후임병들은 관물대에 들어가야 했다. A씨는 같은 해 3월 9일 E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했지만 못 웃겼다며 폭 31㎝의 철제 관물함에 E씨를 3분간 가뒀다.
또 A씨는 D씨에게 물구나무서기와 벽 보기도 시켰다. 3월 4일 오후 10~11시 임시생활반에서 D씨가 물구나무를 할 때 다리를 내렸다는 이유로 D씨에게 벽을 바라보게 했다. 이때 5분간 '내가 왜 그랬지'라고 소리 내 말하도록 했다.
A씨는 폭행도 가했다. 3월11일 피해자 D씨가 자신의 생일 고깔모자를 허락 없이 썼다는 이유로 D씨의 정수리 부위를 내리치며 폭행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자신이 피해자들보다 선임병이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고, 피해자 중 한 명을 폭행했다"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 수치심·모멸감 또한 가볍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