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브라질에게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졌던 '벤투호'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월드컵에서 세계 톱클래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숙제를 안은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1-5로 완패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빈자리가 생각 이상으로 컸던 경기였다. 김민재는 부상으로 이번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또 그 동안 대체 선수로 사실상 3번째 센터백을 소화했던 박지수(김천)도 햄스트링을 다쳐 빠졌다.
벤투 감독은 김영권(울산)의 짝으로 권경원(감바오사카)을 내세웠다. 하지만 후방을 든든하게 책임지던 김민재가 빠지자 수비라인 전체가 우왕좌왕 흔들렸다. 맨마킹에서도, 또 조직적인 부분에서도 모두 허점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도 경기 후 "중요한 선수(김민재)가 없어 문제가 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실점 대부분이 수비진에서의 패스 미스, 빌드업 시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다 소유권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 동안 거의 나오지 않았던 페널티킥을 2차례나 내준 것은 수비진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벤투 감독은 "오늘 2차례 페널티킥은 모두 피할 수 있었거나 피해야 했던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브라질을 상대로 5골이나 얻어맞은 벤투호는 이제 카타르월드컵까지 남은 5개월 동안 김민재 없는 ‘플랜B' 수비라인 구축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강팀을 만났을 때 손흥민 활용 방안 마련도 또다른 숙제로 남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인 손흥민은 누구나 다 아는 월드클래스 골잡이다.
그런데 대표팀에만 오면 골잡이 본능이 사라진다. 대표팀에서 99경기 동안 31골로 적지는 않지만 손흥민의 골 생산 능력을 감안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득점이다.
손흥민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 움직임이 뛰어난 선수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 수비 뒤 공간을 쉼 없이 노린다. 토트넘의 팀 동료인 해리 케인 등은 이를 잘 활용해 손흥민이 뛰어가는 수비 뒤 공간으로 적절하게 공을 찔러 넣는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이 같은 패스를 해줄 선수가 없다. 브라질전에서도 손흥민은 전반 내내 공다운 공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패스 타이밍을 예상하고 상대 문전으로 쇄도했지만 여전히 공을 잡고 있는 동료를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수 차례 반복됐다. 손흥민에게 제대로 연결된 공은 후반 35분쯤에 처음으로 나왔다.
세계 최고의 무기를 사용할 방안을 찾는 것 역시 브라질전이 남긴 숙제다. 브라질전 중계를 했던 허정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이 미드필드까지 나와서 뛰게 해선 안된다. 그래선 골 잡기가 어렵다”며 “좋은 무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개인이 안되면 조직력을 키워서라도 최고의 무기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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