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폭행자'였던 조니 뎁, 온라인 '틱톡' 동정 여론에 오프라인 소송도 '승기'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부인 폭행자'였던 조니 뎁, 온라인 '틱톡' 동정 여론에 오프라인 소송도 '승기'

입력
2022.06.04 17:00
0 0

2020년 영국 재판서 '부인 폭행자' 인정된 조니 뎁
2022년 미국 재판서 배심원 평결로 사실상 승소
'재판 생중계'한 SNS, 대거 조니 뎁 편으로
"'순수한 피해자' 아니었던 앰버 허드, 여론 불리했다"

지난 5월 24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미국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왼쪽 사진)과 앰버 허드. 페어팩스=AFP 연합뉴스

할리우드 배우의 명예훼손 소송전에 대한 온라인 세상의 관심은 전례 없이 컸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과 전처인 '아쿠아맨'의 앰버 허드가 벌인 명예훼손 소송전이 영상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조니 뎁은 온라인 내 '부인 폭행자(wife-beater)'에서 '억울하게 비난받은 사람'이 됐다. 앰버 허드는 오늘날 존재하는 가장 사악한 거짓말쟁이 중 하나가 됐다.

지난 1일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허드는 지난 2018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가정폭력 비판' 기고문이 옛 남편이었던 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뎁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1,5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을 받았다. 허드는 뎁의 변호인 애덤 왈드먼 측으로부터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점이 인정돼 200만 달러를 받게 됐다.

두 사람의 관계가 '상호 학대'라는 결론이지만, 어느 모로 보나 뎁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허드의 지지자들은 실제 평결에 선행한 '디지털 재판'이 이런 결말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허드는 재심을 요구할 방침이라 재판의 결론이 완전히 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여론 재판'의 향배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재판보다 앞서 뎁의 손들어준 '틱톡 재판'

배우 조니 뎁의 지지자들이 1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법원 밖에서 판결이 생중계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재판의 내용과 출석한 허드, 뎁, 변호인단의 일거수일투족은 영상으로 생중계됐다. 페어팩스=AP 연합뉴스

사실 뎁과 허드의 재판 자체보다 눈에 띈 것은 이 재판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관심이었다. 유튜브와 틱톡에서 두 배우의 재판이 사실상 '생중계'되면서 뎁에 대한 동정 여론과 허드를 향한 조롱성 비난이 늘어났다. BBC는 이를 '틱톡 재판(Trial of TikTok)'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여론'의 향배는 비교적 명백했다. 틱톡에서 '조니 뎁에게 정의를(#JusticeForJohnnyDepp)'이라는 해시태그의 조회 수는 약 190억 회였고 '앰버 허드에게 정의를(#JusticeForAmberHeard)'이라는 해시태그는 6,900만 회에 그쳤다. 재판과 관련된 틱톡의 가장 대표적인 '밈(유행)' 중 하나가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간신히 회고하며 눈물을 흘리는 허드의 표정을 흉내내는 것이었다. "연기를 하지 못하는 배우"라는 조롱이 뒤따랐다.

틱톡을 위시한 SNS의 여론이 왜 뎁을 동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①우선 '조니 뎁 옹호론'의 상당 부분이 의도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전파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온라인 매체 '바이스'의 보도에 따르면, 보수 인터넷 매체 '데일리 와이어'는 수만 달러를 써서 SNS에 뎁을 의도적으로 옹호하는 방향으로 편집된 기사를 홍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또 온라인 거짓정보 추적 전문 업체인 이스라엘의 샤브라는 "재판 관련 논의의 11%가 가짜 계정에 의해 진행됐는데 이는 다른 논의 평균치(3∼5%)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배우 조니 뎁의 지지자들이 1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법원 밖에서 평결이 나온 후 환호하고 있다. 페어팩스=AP 연합뉴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나머지 89%의 대부분을 차지한 거대한 뎁 옹호론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②성폭력을 전문으로 연구해 온 사회학자 니콜 베데라는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좋아했다면 주연인 조니 뎁이 악인일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가정폭력 사건에서 주변인과 지지자들의 가해자 옹호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뎁과 허드 간의 짧은 결혼생활을 묘사하는 표현 중 하나가 '상호학대'다. 폭행과 폭언이 서로 오갔다는 주장이다. 뎁 지지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허드는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고, 그의 행적은 뎁이 폭력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사실상 허드의 '학대'에 대항해 방어적으로 행사한 것일 뿐이라는 뎁의 주장을 뒷받침하게 된다.

심지어 허드의 비판자 가운데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었다. 베데라는 이 역시 "매우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면서 "'가짜 가정폭력 피해자'인 허드를 비난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순수성이 의심받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의 마녀 재판"

2020년 11월 3일 당시 배우 조니 뎁과 영국 언론 '더선' 간의 재판을 다룬 '더선'의 1면. 영국 재판에서 뎁은 명예훼손 소송에 패했는데 여기에는 앰버 허드의 증언과 증거가 역할을 했다.

뎁의 주장을 인정한 배심원단의 평결은 2년 전인 2020년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이 뎁을 '부인 폭행자'로 묘사한 것을 두고 벌어진 명예훼손 재판에서 영국 법원이 내린 결론과 정반대다. 당시 영국 법원은 뎁이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는 14가지 증거 중 12가지를 채택해 '더선'이 뎁을 '부인 폭행자'로 묘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진 항소도 모두 기각됐다.

뎁의 지지자들은 "미국 재판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기에 결과가 달라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허드의 지지자들은 그 '새로운 사실'의 성격을 문제 삼는다. "재판의 본질과 상관없는 뎁의 과거사나 허드의 정신병력 등이 흘러나왔고, 뎁 변호인단이 허드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마이애미대학 법학부의 메리 앤 프랭크 교수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디지털 시대의 마녀 재판'으로 묘사했다. 평범한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법리보다 여론을 신경썼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재판은 법적 증거가 아닌, 상호의 주장을 거짓으로 몰고 가기 위한 말싸움으로 뒤덮였다.

이 과정에서 허드를 옹호하는 증언을 한 증인과 전문가들은 '거짓말쟁이' '신뢰할 수 없음' 등의 평가를 받으며 사이버불링을 당했다. 반면 뎁의 변호인단 가운데 특히 허드를 효과적으로 몰아세운 변호사 카밀 바스케스는 순식간에 '악녀를 처벌하는' SNS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뎁의 변호인단이 허드의 변호인단에 비해 "효과적"으로 변호를 했고, 그것이 재판 결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프랭크 교수는 재판 결과에 대해 "가정폭력이라는 극도로 심각한 문제가 SNS에서 우스꽝스런 구경거리로 전락하면서, 직관적인 법적 문제를 광범위한 여성혐오적 서사가 뒤덮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의 결말이 "법은 여성이 남성에 대항해 발언할 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