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2일 경기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강당에 마련된 선거캠프 상황실에서 패배 승복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영권 기자
6ㆍ1 지방선거 전부터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지사 선거는 예상대로 초박빙 대결로 나타났고, 승자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적자임을 앞세워 유권자들을 설득했지만, 끝내 ‘0.15%포인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선 첫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9시간 이기다 역전 허용... "부족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은혜 후보는 최종 281만8,680표(48.91%)를 얻어 282만7,593표(49.06%)를 획득한 김동연 당선인에게 최대 광역단체 수장 자리를 내줬다. 표차는 단 8,913표. 내내 근소한 우위를 지키던 김은혜 후보는 개표 9시간 만인 이날 오전 5시30분쯤 첫 역전을 허용했고, 재역전의 드라마는 쓰이지 않았다.
그는 패배가 굳어진 뒤 수원시에 마련된 선거캠프 상황실에 나타나 “최선을 다했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승리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윤석열 정부 성공과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해 더 큰 뜻을 모아달라”고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승부 가른 셋... ①단일화 ②인물론 ③확장성
경기지사 탈환을 지방선거 ‘완승’의 바로미터로 꼽았던 국민의힘은 전국적 대승을 거두고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당장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의 여권 후보 단일화 불발이 패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 후보가 1, 2위 후보 간 격차를 넉넉히 웃도는 0.95%(5만4,758표)를 득표한 탓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예측됐다가 뒤집혀서 많이 안타깝고 속이 쓰리다”며 “강 후보와 단일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 패인은 인물 경쟁력 면에서 김동연 당선인이 앞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력만 단순 비교해도 언론인 출신 초선의원 김은혜 후보와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동연 당선인의 체급 차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당 지지도를 나타내는 경기 광역비례 투표에선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5%포인트가량 앞섰다는 점도 인물론의 위력을 가늠케 한다.
결과적으로 ‘윤심 후보’ 꼬리표는 김은혜 후보의 강력한 무기이면서 동시에 실점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당내 경선에서 대선주자급인 유승민 전 의원을 누르고, 이후 본선에서 ‘정권 안정론’을 결집하는 데는 '윤심 마케팅'이 주효했다. 그러나 선거가 막바지에 이를수록 중도 유권자들의 반발심도 커졌다. 여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막판 인정한 재산 축소 신고도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량감 높인 김은혜, 다음 행보는?
김은혜 후보의 경기지사 도전이 아쉬운 패배로 끝나면서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래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은 다시 한번 무산됐다. 김 후보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중량감을 높인 만큼 향후 정치 행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지난 대선 기간 그의 도움을 받았던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나 정부 고위직에 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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