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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료는 병들었다"... 한 의사의 내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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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료는 병들었다"... 한 의사의 내부 고발

입력
2022.06.02 16:00
수정
2022.06.02 16: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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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머스 오마호니 '병든 의료'

지난 4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옆 광화문 인도에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옆 광화문 인도에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제도가 건강에 주요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가 1975년 출간한 저서 '의료의 한계'에서 던진 경고다. 항생제, 이식 수술 등 중요한 의학적 발전은 대부분 20세기 초반에 이뤄졌다. 남은 건 노화나 사망 문제지만 연구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대 의료는 그러나 이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일리치는 이 같은 과잉 의료 문제를 진단하면서 현대 의료가 건강이 아니라 의료 산업 그 자체를 위해 조직된 제도라고 비판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일리치의 주장을 따라 "치료받아야 할 것은 환자가 아니라 현대 의료"라고 직격한다. 실적이나 상업적 이익만 중시하는 의학 연구, 제약회사와 유착해 새 질병을 만들어내는 의산 복합체, 의료를 소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소비자주의 등이 고발 대상이다. 수십 년간의 현장 경험과 방대한 연구 자료가 뒤받침됐다.

병든 의료·셰이머스 오마호니 지음·권호장 옮김·사월의책 발행·344쪽·1만8,000원

병든 의료·셰이머스 오마호니 지음·권호장 옮김·사월의책 발행·344쪽·1만8,000원

'병든 의료'를 치료할 수 있을까. 저자의 시각은 암울하다. 수많은 이들이 현대 의료 체계 내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는 한, 사회적 합의로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대유행과 이로 인한 경제 붕괴, 기후 재난 등 극단적 사태가 발생해야 그나마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비관적 진단이다. 공교롭게 원서가 발간된 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현대 의료 체계의 문제를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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