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사 연초 이후 주가 일제히 급등
에쓰오일 35%·엑슨모빌 30%·셰브론 50%↑
1위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대박에도 주가는 뒷걸음
"배터리 사업 부진·잇따른 물적분할 여파"
최근 석유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초호황을 맞자, 주식시장에서 '정유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전반이 부진한 것과 다르게 정유주는 나 홀로 질주 중인데, 정작 국내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정반대 흐름이라 투자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실적 난 글로벌 정유사, 주가도 고공행진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빚어진 유례없는 석유업 호황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의 주가는 크게 뛰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2위 에쓰오일 주가는 연초 대비(3일 종가 기준) 35% 급등했고, 미국 석유 메이저인 엑슨모빌과 셰브론 주가는 같은 기간 각각 30%와 50% 뛰었다. 영국 석유회사 쉘과 BP도 같은 기간 45%와 31% 급등했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올해도 무난히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걸로 예상될 만큼 업황이 좋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 각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느라 기존 정제시설 투자는 대폭 줄여 당장 공급을 늘리기도 어렵다.
증권가는 이런 점을 들어 정유주를 최선호주로 꼽고 있다. 구조적으로 석유업 호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적고,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석유 실적 대박에도 주가는 뒷걸음질 왜?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 무난히 연간 최대 실적(영업이익 4조2,000억 원)을 거둘 걸로 점쳐진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6월 고점(30만 원) 때와 비교하면 25%나 내렸다. 본업인 석유업 실적 호조에도 주가는 되레 뒷걸음친 것이다.
업계는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배터리 사업 부진과 잇따른 물적분할 여파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여덟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두 곳(SK온·SKIET)이 배터리 관련 회사다. 두 곳 모두 물적분할을 거쳐 자회사로 독립했고, SKIET는 지난해 5월 상장했다.
물적분할을 하면 신설 자회사의 주식이 기존 모회사에 돌아간다. 대주주로선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어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모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는 피해를 본다는 걱정이 많다. 실제 SKIET 상장 과정에서 기존 배터리 투자금이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산된 탓에 모회사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0월 SK온이 출범할 당시에도 비슷한 우려가 쏟아졌고, 이후 주가는 다시 내리막을 탔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부문이 1분기 2,734억 원의 손실을 낸 점도 주가에 악재가 됐다. 결국 매출 비중(지난해 기준) 6%에 불과한 꼬리(배터리 사업)가 몸통(모회사 주가)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물적분할 요건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 개선책을 내놓기로 한 점에 기대를 건다. 기존 주주의 권익이 보호되면 그만큼 기업가치 하락 요인이 줄어 주가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주주가치 보호에 대한 정책 강화와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면 기업가치 할인율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 점이 주가 반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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