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파가니니 이어 또 한국인 최초 우승
사려 깊은 섬세한 연주로 세계 무대서 활약
"본질에 더 가깝게" 갈망하는 젊은 연주가
2015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인모니니'(양인모와 파가니니의 합성어)란 별명을 얻었던 양인모(27)가 또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내공을 입증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다. 이번에도 해당 콩쿠르 최초 한국인 우승 기록을 썼다.
29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의 심사위원단은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 Op.33',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47'을 연주한 양인모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양인모는 우승으로 상금 3만 유로(약 4,000만 원)와 함께 시벨리우스 콩쿠르 사상 처음으로 대체불가토큰(NFT) 트로피를 받았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1772년 제작된 고악기인 지오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도 최소 1년간 임대받아 사용하게 된다. 그는 현대 작품(마그누스 린드베리 위촉곡 '카프리스')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5년 시작된 이 콩쿠르는 만 30세 이하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대상으로 5년마다 열린다. 초대 우승자 올레그 카간을 비롯해 빅토리아 뮬로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세르게이 하차투리안 등 거장을 배출한 대회로 유명하다. 올해는 16개국 240명이 지원해 6명이 최종 결선에 올랐다. 양인모는 소속사 크레디아를 통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참가자들이 서로를 통해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인모는 특히 '사려 깊은, 섬세한 연주'로 유명하다.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기교도 뛰어나지만, 작은 소리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연주하는 내공 있는 연주자"라고 전했다. 초절정 기교를 자랑하는 파가니니의 곡을 연주하는 콩쿠르에서 우승할 만큼 기술도 탁월하나 양인모의 매력은 그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최근 그와 협연한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는 프랑스 음악 특유의 세밀함을 설명하면서 양인모를 "프랑스 음악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연주자"라고 표현했다.
파가니니 우승 이후 7년간 작품을 꿰뚫는 자기만의 스타일은 깊어지고 있다. 과거 그 자신도 음악 해석을 위한 역사, 문화 등을 공부하는 시간을 연습만큼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힌 바 있다(본보 기사 "기교보다 해석, 음악적 성장 보여줄 곡 연주합니다" 참고). 현재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유학 생활과 관련, "음악을 이루는 요소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유럽에서의 시간은 긍정적 사치"라며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전곡 연주 실황을 담은 데뷔 앨범을 2019년 발매했고, 2021년에는 두 번째 음반 ‘현의 유전학’을 선보였다(본보 기사 “극도의 기교 카프리스, 국내서 전곡 들려 드릴게요” 참고). 양인모는 오는 11월 부산시향과의 협연으로 국내 팬들 앞에 다시 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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