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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도 불안… 베트남·태국, '비룟값 리스크'에 수출가 인상 만지작

입력
2022.05.30 14:57
수정
2022.05.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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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농업 실무진, 실행방안 조율 시작
쌀 가격 인상, 저개발국 기근 악화시켜
밀, 설탕, 팜유 이어 쌀까지 식량난 부추길 듯
"韓도 비료시장 주시하며 대책 세워야"

태국 차이낫주에서 생산된 수출용 쌀을 한 농부가 포대에 담고 있다. 방콕포스트 캡처

태국 차이낫주에서 생산된 수출용 쌀을 한 농부가 포대에 담고 있다. 방콕포스트 캡처

세계 2,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태국이 쌀 수출가 공동 인상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제 정세ㆍ물류 불안정에 따른 비룟값 급등으로 부담이 가중된 자국 농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양국이 실제로 쌀 수출가를 올린다면, 밀과 팜유에 이어 쌀 가격 인상이라는 고물가 현상이 국제사회를 덮칠 전망이다.

30일 VN익스프레스와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앞서 27일 "태국과 베트남이 세계시장에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쌀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이는 곡물가 하락과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국의 수백만 쌀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의 제안에 양국 실무진은 즉시 움직였다. 쩐딴남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장과 타나콘 태국 농업협동조합부 총재는 최근 실무 회담을 하고 "20년 이상 국제 쌀 가격이 톤(t)당 300~400달러(약 37만~49만 원)로 낮게 유지된 건 큰 문제"라고 밝힌 뒤 구체적인 실행방안 조율에 들어갔다.

양국의 공동 행동은 벼 농사에 필수적인 비료가격이 좀처럼 안정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료가격 상승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염화칼륨(MOP) 등의 수출을 진행하지 못한 탓이 크다. 비료 부족에 직면한 베트남과 태국은 현재 캐나다와 이스라엘 등에서 물량을 대체하고 있지만, 물류비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응우옌빈프엉 베트남 끼엔장성(省) 농업국장은 "50㎏ 비료 한 포대 가격이 올해 들어 3배 이상 급증했다"며 "자연히 비료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올해 쌀 생산량 또한 10~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곡물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의 국제 쌀수출협회는 "쌀 수출입은 자유무역의 공간"이라며 "특정국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잡으려 하다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면 전 세계적으로 더 큰 혼란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우크라이나ㆍ러시아ㆍ인도), 설탕(인도), 팜유(인도네시아) 등의 수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쌀 시장까지 흔들릴 경우 저개발국가들의 기근 사태는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26일 기준 특정 식량의 수출을 금지한 국가는 19개국, 수출허가제를 실시한 국가도 7개국에 달한다.

지난해 쌀 자급률이 92.8%에 달한 한국은 두 나라의 쌀 수출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당장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 강화 흐름을 감안, 좀 더 구체적인 곡물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11년째 베트남에서 식량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A기업 법인장은 "한국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비료 생산과 유통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며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동남아 쌀뿐 아니라 수출입 곡물 전체가 유사한 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수출용 쌀이 호찌민에 위치한 물류센터에 전시돼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베트남에서 생산된 수출용 쌀이 호찌민에 위치한 물류센터에 전시돼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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