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코로나19 끝나도 마스크 착용'
다수의 행동에 맞추는 동조 압력 강해
남에게 맨얼굴 보이지 않아도 돼 편리
30일 오전 11시 반쯤 일본 도쿄 고탄다역 앞 횡단보도. 아침부터 더운 날씨에 따가운 햇빛이 내리쪼였지만 행인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바로 옆 메구로강에서 산책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작은 공사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인부 3명 중 2명도 마스크를 쓴 채였다.
도쿄는 29일 최고기온이 31.2도, 30일은 27.8도의 한여름 날씨를 보였지만 거리엔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야외에서 사람과의 거리가 충분하면 마스크는 불필요하다’고 밝힌 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시민들은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
30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인포메이션’이란 리서치업체가 10~60대 남녀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마스크를 ‘반드시 사용하겠다’ ‘가능한 한 사용하겠다’고 밝힌 사람의 비율이 각각 22%, 32.5%나 됐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겠다는 사람이 절반 이상인 것이다. ‘필요한 때만 사용한다’는 24.9%였고 ‘하고 싶지 않다’는 13.5%에 그쳤다.
일본인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로는 동조 압력과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오히려 심정적으로 편하다는 점이 꼽힌다. 동조 압력이란 소수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 다수의 의견에 맞추도록 암묵적으로 강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말한다. 도시샤대 정책학부 오타 하지메 교수는 교도통신에 “일본인은 주위의 눈을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 밝힌 정부 방침만으로는 마스크를 벗는 데 주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년간 마스크 착용 생활을 계속하면서 외부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데 편리함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의 여론조사에서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힌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남성의 20~30%는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된다’를, 여성의 30~40%는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를 들었다. 10대 여성의 40%는 ‘귀엽고 예뻐 보인다’를 선택했다. 거리에서 얼굴을 드러내면 자신의 외모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실제 일본안(顔)학회의 다카노 루리코 이사가 실시한 공동 연구에서는 맨얼굴보다 얼굴 일부를 가리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뇌가 상상할 때 균형 잡힌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카노 이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무방비인 표정으로 있어도 되고 자신의 콤플렉스도 숨길 수 있다”면서 “마스크를 벗으면 반대로 긴장감이 생기기 때문에 마스크 벗기에 저항감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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