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울진서 또 대형 산불...하루 만에 껐지만 주민들은 '트라우마' 몸서리
알림

울진서 또 대형 산불...하루 만에 껐지만 주민들은 '트라우마' 몸서리

입력
2022.05.29 17:00
10면
0 0

경북 울진, 3월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큰불
축구장 203개 면적 태우고 23시간 만 진화
시설 6곳 9개 동 전소, 주민 44명 한밤 대피
"산불이라면 몸서리쳐" 트라우마에 시달려

지난 3월과 이번 5월 경북 울진 산불 피해 현황

지난 3월과 이번 5월 경북 울진 산불 피해 현황

경북 울진에서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역대 최장기간(213시간) 산불이 2만여㏊의 임야를 집어삼킨 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산불은 다행히 하루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한밤 대피 소동을 벌인 주민들은 잇단 산불의 습격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9일 "산불이 오전 11시 40분쯤 진화됐다"고 밝혔다. 전날 낮 12시 6분쯤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산 27의 6 일원에서 불이 시작된 지 23시간 34분 만이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203개에 해당하는 산림 145㏊가 불탔다. 이와 함께 보광사 대웅전과 자동차 정비소, 컨테이너 등 6곳 9개동의 시설이 전소됐다. 행곡리와 읍남리, 수산리 주민 44명은 한밤중 울진군민체육회관과 마을회관 등 4곳으로 대피했다. 천연기념물 제96호인 수산리 굴참나무(수령 300년)와 제409호인 행복리 처진소나무(350년)도 화마를 피해갔다.

한 스님이 29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읍남리 보광사에서 산불로 전소된 대웅전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한 스님이 29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읍남리 보광사에서 산불로 전소된 대웅전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산림당국은 화재 직후 산불진화헬기 36대와 산불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 등 소방대원 1,510명을 집중 투입해 사투를 벌였다. 다만 초기에는 불길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울진지역 4·5월 누적강수량이 41.4㎜로 평년(146.9㎜)의 28.2%에 불과해 매우 건조한 데다 최대풍속이 초속 13m에 이르는 강풍마저 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불똥이 500여m 떨어진 비재봉산까지 날아갈 정도로 기승을 부렸다.

급기야 산림당국은 전날 오후 8시 30분쯤 산불진화 자원을 총동원하는 '산불3단계'를 발령했다. 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높여 825명의 대원을 야간 산불 진화의 최전선에 투입했다.

당국의 전략은 주효했다. 초저녁 30%에 그쳤던 진화율이 야간 진화를 거치면서 29일 오전 5시쯤 65%까지 올랐다. 오전 9시에는 80%를 넘어섰다.

산림당국은 주불을 진화한 이후에도 헬기 10대와 열화상 드론 2대를 투입해 잔불을 감시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산불이 도로 낙석방지 철망공사 도중 용접 불꽃이 튀어 산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전국에 산불이 발생한 곳이 많지 않아 헬기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며 "그동안 진화 노하우가 쌓이고 유기적 협조 체제가 갖춰진 덕분에 산불을 빨리 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진화헬기가 29일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불진화헬기가 29일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이번 산불은 산림청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6년 이후 5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 4건 가운데 가장 늦은 시점에 발생했다. 자연히 주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울진에서는 3월 4일 북면 두천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같은 달 13일까지 213시간 43분 동안 울진 1만8,463㏊, 삼척 2,460㏊ 등 총 2만923㏊를 태운 전례가 있다.

발화지점도 예상치 못한 곳이어서 당국의 산불 감시망을 벗어났다. 공사장 용접 불꽃처럼 엉뚱한 곳에서 강풍을 타고 불씨가 커져가는 경우 초기 대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김영술 울진군 근남면장은 "올 초 대형화재로 잿더미가 된 울진이 이제 겨우 일어서려 하는 시점에 다시 불이 나 당황스럽다"며 "선거철마다 불이 나는 징크스마저 추가되면서 산불이라면 주민들이 몸서리를 친다"고 말했다.

울진= 전준호 기자
박지영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