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모르고 무책임한 대응 일관하는
근로감독관에 직장갑질 피해자 분통
"기피 신청, 소극행정 신고 가능"
상사의 욕설과 모욕을 1년간 참아온 직장인 김선옥씨는 견디다 못해 지난해 말 회사 임원에게 신고했다. 하지만 실질적 조치는 없었고, 상사의 폭언과 비방만 계속됐다. 결국 퇴사를 택한 김씨는 회사를 '조사·조치의무 위반'으로, 상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다.
그런데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되레 김씨에게 신고를 취하하라고 했다.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근로자의 조사 요구를 무시한 걸로는 안 되고, 사업주가 법을 명백하게 어겨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근로감독관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법·지침 왜곡하는 근로감독관에 두번 피멍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9일 김씨의 이 같은 사연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회사에서 인지했을 때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지체 없이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 유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씨의 경우 해당 근로감독관이 "법 제정 취지나 고용부의 지침을 자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했다.
법리를 잘못 이해하거나 사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근로감독관들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례는 비단 김씨만이 아니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1~4월간 받은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767건에서 근로감독관 관련 제보는 78건(10.2%)을 차지했다.
회사 자체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A씨는 노동청의 도움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더니 "괴롭힘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A씨는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당했는데, 과태료나 처벌 없이 사건이 끝났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성추행을 신고해 불이익을 당했다는 B씨도 "근로감독관이 상사가 성추행한 것은 맞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아니라는 납득 어려운 결론을 내려놓고, 불만 있으면 재진정하라는 무책임한 말 뿐이었다"고 답답해 했다.
회사 조사를 전적으로 믿고 재차 조사를 하지 않는 근로감독관도 많았다. 직장인 C씨는 "상급자들이 괴롭혀 회사에 신고했는데, 회사는 내가 제출한 자료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노동청에 부실조사로 신고했지만, 근로감독관은 피해자 조사도 않고 문제 없다고 결론 내렸다.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근로감독관과의 대화, 녹음하세요"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과의 대화 내용을 반드시 녹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무성의하게 나오는 등 '소극행정' 행태를 보이면 노동청에 기피신청을 하거나 국민신문고에 소극행정 신고를 해야 한다"면서 "노동청에서 괴롭힘·성희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증거자료를 보강해 재신고, 재진정 할 수 있다"고 했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고용부는 해결할 생각 없이 인력 부족 탓만 한다"고 비판하면서 "근로감독관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괴롭힘 신고를 방치하는 사업장을 엄벌해야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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