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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경찰 보내달라" 아이들 애원에도… 경찰은 50분간 교실 복도서 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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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경찰 보내달라" 아이들 애원에도… 경찰은 50분간 교실 복도서 대기만

입력
2022.05.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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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범 11시32분 교실 난입 뒤 12시50분 사살
경찰 "현장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뒤늦은 사과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 탈출한 뒤 도망치고 있다. 유밸디=로이터 연합뉴스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 탈출한 뒤 도망치고 있다. 유밸디=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州)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격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이들이 총탄에 쓰러지는데도 총기 난사가 아닌 인질 대치극 상황으로 오판했던 것. 경찰이 미적대는 사이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21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당시 총기 난사 사건 범인 엄마는 이날 숨진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기도 했다.

2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공공안전부가 공식 발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는 사건 당일인 24일 오전 11시 32분 학교에 도착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1분 뒤 범인은 4학년 교실 112호로 난입했고 AR-15 반자동 소총을 사용해 무려 100여 발을 난사했다.

경찰관 10여명이 11시 35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라모스는 교실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이어 11시 44분까지 교실에선 16발 총성이 울렸고 경관이 추가로 도착하면서 낮 12시 3분 교실 밖 복도에는 경찰 19명이 배치됐다. 정확히 같은 시간 교실의 한 여자아이는 911에 첫 전화를 해 구조를 요청했고, 7분 뒤 많은 급우가 숨졌다고 다시 신고했다. 이어 산발적인 총격이 계속되면서 “제발 지금 경찰을 보내달라” “아이 8∼9명만 생존했다”는 다급한 내용이 911에 접수됐다.

친구가 죽어 나간다는 아이들의 애원에도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 19명은 교실로 진입해 라모스를 제압하지 않았다. 대신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낮 12시 50분에야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했다. 교실 난입 시점부터 거의 1시간 20분이 지난 뒤였다.

또 아이들이 첫 구조 신고 전화를 한 뒤 거의 50분 동안 경찰은 교실 밖 복도에서 사실상 범인의 대학살극을 방치했다. 특히 학교 총격범의 경우 1초도 허비하지 말고 즉각 대응해 사살하거나 체포해야 한다는 표준 대응 지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머리를 숙였다. 이날 스티브 매크로 공공안전부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경찰 지휘관이 총기 난사가 아닌 인질극 대치 상황으로 전환된 것으로 현장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며 “물론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만 그것은 옳지 않았고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지휘관은 피드로 아리돈도 유밸디 교육구 경찰서장이었다. 아리돈도 서장이 당시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지켜봤는지, 아이들의 911 신고 전화 내용이 복도에 대기 중이던 경관들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국경순찰대 소속 무장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밸디 경찰이 무장요원들의 즉각적인 교실 진입을 막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법당국 관계자는 국경순찰대 무장 요원들은 왜 그들이 기다려야 하는지를 납득하지 못했다며 유밸디 현지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라모스 총격에 왜 먼저 대응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라모스의 엄마 에이드리아나 마티네즈는 현지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어로 “할 말이 없다. 그(아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를 용서해달라. 내 아들을 용서해달라. 그에게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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