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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빅스텝·고물가에 쫓긴 한은...두 달 연속 금리인상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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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빅스텝·고물가에 쫓긴 한은...두 달 연속 금리인상 '초강수'

입력
2022.05.26 17:00
수정
2022.05.26 19:22
1면
0 0

기준금리 0.25%p 올려 연 1.75%로
"당분간 5%대 물가 선제 대응해야"
올해 물가 전망 4.5%로 대폭 올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강하게 시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에서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종전보다 1.4%포인트 대폭 높인 4.5%로 제시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한은, 두 달 연속 인상 '초강수' 배경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원 6명(임지원 위원 퇴임 후 공석)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이번까지 9개월간 5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가 연 1.75%가 된 건 2019년 7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특히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에 나섰다.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른 건 2007년 7·8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인상이란 초강수를 둔 건 물가 상승 압력이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라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3.3%)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은은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며 사실상 '물가 비상'을 선언했다. 이날 취임 후 첫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한 이창용 총재는 "이달부터 7월까지 5% 넘는 물가 상승률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5%대 물가 불가피"... 성장률 전망은 '하향'

실제로 한은은 이날 발표한 5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를 종전 3.1%에서 4.5%로 1.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이는 2008년 7월 전망(4.8%)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수개월간 5%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물가 정점이 올 중반기 이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제유가가 연말 이후 하락한다 해도 곡물 가격 인상으로 내년 초까지 4%대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3.0%에서 2.7%로 내려 잡았다.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민간소비 등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중국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기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올해 연 2.5%까지 올리나... "美 긴축에 대응 불가피"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올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최대 연 2.5%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올해 4차례(7·8·10·11월) 남은 상황에서, 금리를 3번(0.25%씩) 더 올리면 연 2.5%에 도달하게 된다. '빅 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답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 이자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 소비와 투자 등 우리 경기에 부담이 될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상 걸린 물가 상황과 향후 추가 빅 스텝을 예고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계획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의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을 미뤘을 때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는 통화당국으로선 속도전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미국의 긴축 행보까지 빨라지면 한은으로서도 추가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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