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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경석 "엘리트 이미지 바꾸고파...꾸준한 활동 비결은 '성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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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경석 "엘리트 이미지 바꾸고파...꾸준한 활동 비결은 '성실함'"

입력
2022.05.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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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며 후배 녹음실 탕비실 빌려 공부
"가족에 희생 강요하는 도전은 하지 않을 것"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 꿈꾼다

서경석이 '도전의 아이콘'이 된 계기와 약 30년간의 개그맨 생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서경석 SNS

서경석이 '도전의 아이콘'이 된 계기와 약 30년간의 개그맨 생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서경석 SNS

개그맨 서경석은 '도전과 인내의 아이콘'이다. '서울대 출신 연예인' '엘리트 개그맨'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사실 서경석의 가장 큰 장점은 늘 안주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서경석은 "안주하는 삶은 살아있는 삶이 아니다"라고 외친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서경석은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부동산 관련으로 현장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중개사분들이 좋은 얘기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 그래요?' 하는 리액션뿐이더라"며 "코로나19 시작되고 인터넷으로 서치하는데 너무 좋은 얘기들이 책 안에 있더라. 설사 내가 합격을 못해도 전에 내 상황과는 달라지겠구나 싶었다. 그땐 이렇게 힘든 시험인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이 학력고사 수준이었다면서 '어른들의 수능'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고 부연했다. 총 여섯 과목이 있는데 책의 두께도 엄청나고 다섯 과목이 법 관련이라는 설명에 MC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경석은 "법 용어가 읽기도 힘든데 이해하고 문제를 풀려고 해봐라. 작년에 내가 합격했는데 응시자가 40만 명이 넘었다. 합격은 단 7%였다.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다. 응시자는 많아지고, 당연히 문제가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주변 희생 강요하는 도전은 안 할 것"

서경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시험이 그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안 했을 거다.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다"며 "만약 작년에 실패를 했다면 그만했을 거 같다. 내 도전 때문에 주변이 힘들어지는 게 싫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마음 쓰인다. (내가) 크게 안 바빠 보여도 자잘한 여러 일들이 있다. 시험 준비까지 더해지니까 내 사람들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더라. 그들에게 이해를 요구하고, 쉽지 않았던 시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안 하진 않을 텐데 주변에 희생을 강요하는 도전은 삼가려 한다"면서 "아빠가 공부하는 모습이 딸한테도 이미지적인 좋은 영향은 줄 수 있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이니까 한참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미안하다. 주말 같으면 밖에서 산책이라도 해야 하는데 시험 준비 과정 중엔 쉽지 않았다. 1분 1초가 소중했기 때문에 일요일에도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서경석은 공부하다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는 "개인적인 취미생활도 참고 주변 희생도 감수했는데, 모의고사를 봤더니 완전 불합격 점수가 나오더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여러 사정상 2~3개월 공부를 못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하려다 보니 쉽지 않았다"며 "시험 마지막 한 달 앞두고는 후배 녹음실 탕비실을 빌려서 공부했다. 일 끝나면 밤에 가서 새벽 두세시까지 공부를 하고 잤다. 이동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집으로 가서 옷만 갈아입고 라디오 하러 가고 한 달 정도 그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시기였는데 새벽에 운 거다. 중년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힘들다고 애 붙잡고 '아빠 위로해줘' 할 수도 없고 연로하신 어머니께 전화드려서 힘들다고 할 수 없다. 울고 나니까 신기하게 정신도 맑아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참지 않고 울었더니 조금 해소가 되더라. 자주 좀 울어보려고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공부 외에도 서경석에겐 인내의 시간이 많았다. 방송을 하면서도 그랬다. 책임감이 강하고 뭐든 참고 이겨내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할 때도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는 "당시엔 얘길 안 했다. 촬영이 중단되거나 팀의 사기가 떨어질까봐. 내가 만약 좌절하거나 흐트러지거나 불만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얼마나 다들 힘들까 싶었다. 그때 여러 종류의 연예인이 출연했다. 장르가 예능이었고, 난 코미디언이니까 우리 분야 아닌가. 피하지 않고 다리를 질질 끌고서라도 했다. 지난 일이니 말이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다쳤다. 40년간 없던 상처도 몸에 두세 군데 생겼다"고 털어놨다.

"늘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정맨' 서경석

영어 회화도 꾸준히 하고 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서경석이기에 교육 관련 광고도 종종 제안 받는다. 그는 광고 모델을 수락할 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를 고려한다고 했다. 회사에 대한 검증의 시간을 갖는다는 소리다. 서경석은 "좋은 품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세상 어느 곳에 있든 많은 친구들이 가졌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 교육 상황을 보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공간적, 경제적 제약이나 문제들이 많다. (광고 모델을 하게 된) 영어 교육 회사도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인연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엘리트'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서경석은 "너무 그렇게 비춰지는 게 썩 좋지는 않다. 어쩌면 그래서 계속 도전을 하는 거 같다. 사실 엘리트적인 느낌은 20년 전부터 사라졌다. 경쾌하고 재미있고 이런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런 얘기들이 계속되니까 그 부분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공인중개사 시험은 다른 차원이다. 정말 내가 공인중개사분들이 하는 일과 공부에 관심이 있어서 도전했다"고 밝혔다.

1993년에 데뷔해 30년 넘게 활동을 해온 서경석은 "왕성하게는 (방송을) 못하고 있는 거 같다. 특히 우리 장르 프로그램이 활발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언제 어느 때든 어떤 계기만 마련되면 주어질 거라고 보고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정비하며 개발하는 상황이다"라며 "그래도 '여성시대'(라디오)는 최고의 프로그램이고 국민 프로라 할 수 있지 않나. DJ를 하는 게 영광이고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또 추첨방송도 매주 토요일 하고 있고 '생활의 달인' 내레이션도 하고 있다.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던 비결은 성실함인 거 같다.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하겠다는 마음은 29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한테 누군가 어떤 일을 맡기면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그 일에 정진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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