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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판에 뜬 유람선? 비행기? 독특한 이 건물, 30년 만에 복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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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들판에 뜬 유람선? 비행기? 독특한 이 건물, 30년 만에 복원될까

입력
2022.05.2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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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제주대 옛 용담캠퍼스 본관. 김중업건축박물관 제공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제주대 옛 용담캠퍼스 본관. 김중업건축박물관 제공

들판에 크루즈선 한 대가 떠 있는 듯하다. 곡선이 빚어낸 조형미에서 바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제주대 용담캠퍼스 옛 본관이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김중업의 걸작으로 꼽히는 제주대 옛 본관에 대한 복원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옛 본관의 복원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김 총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의 작품인 제주대 본관을 복원하게 되면 대학의 랜드마크가 될뿐더러 문화사적인 가치가 높아 제주도의 유산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학 내 TF팀을 구성, 예산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까지 복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대는 개교기념일인 27일, 전문가들과 관련 토론회를 열고 복원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경기 안양의 김중업건축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제주대 옛 본관 사진들. 송옥진 기자

경기 안양의 김중업건축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제주대 옛 본관 사진들. 송옥진 기자

이 건물은 연면적 2,050㎡,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1967년 준공됐다. 이후 안전진단 D등급을 받고 준공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6년 철거됐다. 당시 전문가들이 일부 구조를 보강하면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대학은 비용 문제 부담을 이유로 철거를 선택했다. 제주대 측은 복원 결정이 나면 현재 아라캠퍼스 부지로 건물을 옮겨 짓는다는 구상이다. 기존 건물이 있던 용담캠퍼스에는 지금 제주대 사범대학 부속 중·고등학교 건물이 들어서 있다.

김중업은 생전 이 건물에 대해 "비행기 같기도 하고 호화 유람선을 닮았다는 평을 받는 제주대학 본관 건축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 주려고 애써 빚은 작품"이라며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21세기 건축이라는 평을 듣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경기 안양의 김중업건축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제주대 옛 본관 모형. 송옥진 기자

경기 안양의 김중업건축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제주대 옛 본관 모형. 송옥진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기슭에 위치한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1986년 같은 자리에 복원되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기슭에 위치한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1986년 같은 자리에 복원되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흔하지는 않지만, 해외에서도 철거했던 현대 건축물을 복원한 사례가 있다.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1929년 스페인 만국박람회 독일관 용도로 설계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1986년 복원한 게 대표적이다. 원래 건물이 있던 자리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기슭에 복원한 이 건물은 이후 전 세계 건축학도의 성지가 됐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제주대 본관 복원 시도는 우리 사회에서 건축 영역이 사회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자연 재료를 쓰고 내부 구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 고건축과 다르게 현대 건축은 숨겨진 구조가 많아 복원 난도가 높다"며 "복원한다 해도 남아 있는 도면 등 자료 상태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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