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돌담·쪽빛 바다… 제주의 매력 다 모아 놓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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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돌담·쪽빛 바다… 제주의 매력 다 모아 놓은 섬

입력
2022.05.25 04:30
수정
2022.05.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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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제주 속 작은 제주, 전기자전거로 우도 한 바퀴

우도 '동굴투어' 보트가 쇠머리오름 아래 해식동굴에서 나오고 있다. 쇠머리오름은 비교적 최근인 4,000~6,000년 전 수성화산으로 형성된 오름이다.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 우도는 한 해 약 200만 명이 찾는 작은 섬이다. 길이 3.8㎞, 둘레 17㎞에 불과하지만 제주도에 딸린 62개 섬 중에서는 가장 크다. 이 섬이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뜨는 이유는 뭘까.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소섬’ 또는 ‘쉐섬’으로 불려온 우도는 밭담으로 둘러진 평평한 농지와 완만한 경사의 오름, 오랜 시간을 축적한 해안 절벽과 맑은 해변을 두루 갖췄다. 푸른 초원과 검은 돌담 그리고 하얀 등대까지, 한마디로 제주의 매력을 축약해 놓은 제주 속의 제주다.


우도 여행은 대개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픽=성시환 기자


전기자전거로 우도 한 바퀴

우도 가는 배는 성산포항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으로 각 1시간 간격으로 다니는데, 왕복 승선권을 구입하면 어느 항구를 이용해도 상관이 없다. 10분가량 걸리고 요금은 도립공원 입장료 1,000원을 포함해 왕복 1만 원이다.

유람선이 서서히 이동하면 성산일출봉은 멀어지고, 우도 남쪽 끝 우도봉(우두봉)이 우람하게 다가온다. 천진항에 내리면 오토바이를 개조한 전기삼륜차가 가장 눈길을 잡는다. 우도는 공식적으로 외부 차량의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장애인과 만 65세 이상 노약자, 임산부, 6세 미만 영유아를 동반한 경우와 우도에 숙박하는 관광객만 렌터카를 싣고 갈 수 있다.

우도 자전거 여행객들이 톨칸이해변 부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도 여행은 주로 전기자전거나 전기삼륜차를 대여해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바쁘게 걸으면 3~4시간에 제주올레 1-1코스(11.3㎞)를 주파할 수 있지만, 제대로 즐기자면 하루로도 부족하다. 대개는 전기자전거나 전기삼륜차를 이용해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택한다. 대여료는 전기삼륜차 3시간 3만~4만 원, 전기자전거는 하루 종일 1만5,000~2만 원이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해안 순환버스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 이용권은 성인 6,000원이다. 천진항에 내려 전기자전거를 빌렸다. 핸들 앞에 바구니가 달려 있어 작은 짐을 실을 수 있다.

포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로터리에 ‘우도해녀항일기념비’가 서 있는데, 눈길을 주는 이가 거의 없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은 1931~1932년 성산과 구좌의 해녀 1만7,000여 명이 어용 해녀조합을 앞세운 일제의 수탈에 항거한 궐기로, 어민 항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였다. 우도에서는 1931년 강기평, 강순인, 강창순 등이 대표로 세화장터 항쟁에 참가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해녀 탈의장을 볼 수 있다.


하고수동해변 부근에 설치된 해녀 조형물.


기념비에는 당시 우도 해녀들이 불렀던 ‘해녀의 노래’가 새겨져 있다. 창가 형식의 가사는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의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도다, 가엾은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로 마무리된다. 섬의 아름다움에 가려진 아픈 역사다. 마을마다 세워져 있는 ‘해녀탈의장’은 우도가 여전히 관광지이기 전에 주민들의 삶터임을 증언하고 있다.

기념비를 뒤로하고 시계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렌터카 입도를 제한하고 있는데도 승용차가 제법 많다. 좁은 도로에 자전거와 삼륜차, 자동차 행렬이 이어진다. 망중한 속에서도 경계를 풀 수 없다.

바다 건너 제주도 풍경이 나지막하게 펼쳐지는 해안도로를 조금만 달리면 작고 새하얀 해변이 나타난다. 우도 서쪽의 하얀 모래해변이라는 의미의 서빈백사해변이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는데도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백사장은 눈이 부시다. 자세히 보면 고운 모래가 아니라 울퉁불퉁 구멍이 뚫린 굵은 알갱이가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홍조류가 쓸려와 퇴적된 해변으로 ‘홍조단괴해변’으로도 불린다. 홍조류가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버린 상태라는데 붉은빛과 주홍빛은 사라지고 흰색만 남았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해변이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홍조류 퇴적으로 형성된 서빈백사해변.


우도에서는 어느 카페에 들어가도 땅콩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하우목동항을 지나 주흥동·전흘동 도로변에는 밭담이 길게 이어진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경계를 지은 제주만의 유산이다. 우도 들판에서는 보리와 마늘 쪽파 땅콩 농사가 주를 이룬다. 요즘은 누렇게 익은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무엇보다 자랑하는 것은 우도 땅콩이다. 해안에 즐비한 카페 어느 곳을 들어가도 땅콩 알갱이를 듬뿍 뿌린 땅콩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섬 북쪽 끝 하얀 등대 앞에는 위급한 사태를 알리던 봉수대(망루)가 있다. 산꼭대기에 굴뚝 모양으로 쌓은 육지의 봉수대와 달리 해안 평지에 마치 피라미드처럼 쌓았다. 현무암 계단을 올라 연기를 피우던 꼭대기는 여행객이 인증사진을 찍는 곳으로 변했다. 바로 옆 바다에는 전통 어업 방식인 원담(독살)이 남아 있다. 밀물 때 바닷물을 타고 온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일종의 돌 그물이다. 하트 모양으로 쌓아서 더 예쁘게 보인다.

우도 북쪽 끄트머리에 피라미드처럼 세워진 봉수대.


우도 북측 망루 등대 옆 바다에 하트 모양으로 원담을 쌓아 놓았다.


초록빛에 가까운 하고수동해변에서 여행객들이 카약을 즐기고 있다.


봉수대를 기준으로 섬의 동쪽으로 넘어간다.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하고수동해변이 또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서빈해변에 비해 넓고 모래도 곱다.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로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해변이다. 서빈해변 바다가 푸른빛을 띤다면 이곳 바다는 초록에 가깝다. 바닥까지 비치는 물에서 투명 카약을 타고 노를 젓는 관광객의 모습이 한가롭다.

섬 속의 또 작은 섬, 비양도 풍경.


비양도 봉수대 역시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양도의 초원은 캠핑 마니아들에게 소문난 곳이다.


하고수동해변 아래에는 섬 속의 또 작은 섬 비양도가 있다. 일출 때면 해가 바다 위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짧은 교량을 지나면 부드러운 곡선의 낮은 구릉에 초원이 펼쳐진다. 이곳에도 봉수대가 있다. 고대의 석상처럼 세워진 돌무더기 위로 낮은 하늘과 구름이 걸린다. 섬 어느 곳이나 ‘포토존’이지만 특히 이국적이다.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텐트도 비양도의 낭만적 풍경이다.

가장 젊은 화산 쇠머리오름의 비경

비양도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우도에서 유일한 산이라 할 수 있는 우도봉(126.8m)이 솟아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은 완만하지만, 바다 쪽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이다. 우도봉은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 화산 분화로 이루어진 지형이라 쇠머리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이 오름은 바닷속에서 분출한 수성화산체로 지질학적 중요성이 크다고 한다. 수성화산은 제주의 360여 개 오름 중에서 10개 남짓하고 4,000~6,0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화산이다. 우도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거주한 것도 1843년경부터이니 비교적 최근이다.

우도 '동굴투어' 보트가 쇠머리오름 아래 거대한 해식동굴을 돌아 나오고 있다.


쇠머리오름 북측 검멀레해변에서 동굴투어 보트가 원을 그리며 스릴을 선사하고 있다.


얇은 퇴적층이 선명한 검멀레해변의 바위 절벽.


오름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검멀레해변, 남쪽에는 톨칸이해변이 위치한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라는 뜻이다. 사실 모래사장은 살짝 붉은 기운을 띠는 회색이고, 진짜 검은 건 깎아지른 해안 절벽이다. 시루떡처럼 얇은 퇴적층이 수십, 수백 겹 층층이 쌓여 형성된 바위 위에는 초록 풀들이 융단처럼 덮여 있다. 해변 바깥쪽 퇴적층은 사선을 이루며 낮아진다. 웅장하면서도 초가지붕의 부드러운 처마를 연상시킨다. 얕은 바다에서 화산이 터지고, 그 부스러기가 쌓여 굳어진 바위가 파도에 깎이면서 형성된 예술품이다.

톨칸이해변 기암괴석 위로 초원이 형성돼 있다.


쇠머리오름의 초원과 아찔한 해식동굴.


우도봉 남쪽 톨칸이해변도 검멀레와 비슷하다. 톨칸이는 소 여물통이라는 의미로 ‘촐까니’라고도 부른다. 역시 바다가 길쭉하게 파고든 지형이다. 해변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굵은 자갈로 형성돼 접근이 쉽지 않다. 대신 층층의 퇴적암이 역시 절경을 빚고 있다. ‘우도등대’ 주차장에서 약 30분을 걸으면 초원을 이룬 쇠머리오름과 등대공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검멀레와 톨칸이 사이에 형성된 거대한 해식동굴을 제대로 보려면 검멀레해변에서 운영하는 ‘동굴투어’ 보트를 이용해야 한다.

우도봉 바로 아래에는 올해 문을 연 훈데르트바서파크가 있다. 숙박시설과 전시관 등을 갖춘 대형 관광시설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우도에 들어설 수 있었던 건 훈데르트바서라는 이름값 덕분이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이자 건축가이면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곡선의 훈데르트바서파크의 건물들.


훈데르트바서파크의 조각상이 지중해를 연상시킨다.


훈데르트바서파크 '카페 톨칸이'의 땅클레어(땅콩+에클레어)와 당근오렌지쥬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한 그의 철학이 ‘리조트’가 아닌 ‘파크’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업체 측은 독일에 있는 훈데르트바서재단의 자문과 주민들과의 협의로 파크를 완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2~3층의 낮은 건물 외관은 우도의 지형처럼 물결치듯 부드러운 곡선이다. 원색의 타일과 벽면 장식은 햇살에 반짝이는 해변과 바다를 닮았다. ‘카페 톨칸이’ 야외로 나가면 우도봉의 절경이 한눈에 담긴다. 하얀 비너스와 다비드상을 보면 지중해의 어느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파크에서 천진항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다.

제주=글·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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