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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외교관’으로 거듭난 이재용-정의선...더 커진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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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외교관’으로 거듭난 이재용-정의선...더 커진 역할론

입력
2022.05.23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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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 '군사 안보' 만큼 중요해진 '경제 안보'
바이든, 삼성전자·현대차 콕 집어 미팅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회장 역할론 부상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제3공장에서 KLA 관계자에게 계측 장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평택=서재훈 기자

조 바이든(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제3공장에서 KLA 관계자에게 계측 장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평택=서재훈 기자

"삼성은 25년 전에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든 최초의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런 우정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발전시키길 기대합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돼 왔습니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지난 20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엔 '민간 외교관'으로 나선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의 행보에도 상당한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와 전기차 중심의 '한미 경제안보 동맹'을 강조하면서 두 그룹 총수의 역할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양국 관계의 무게 중심이 북한을 둘러싼 '군사 안보'에 치우쳤다면 이젠 기업 간 협력 위주의 '경제 안보'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기 때문이다. 징후는 이번 방한 기간 도중 곳곳에서 감지됐다. 실제 방한 일정 첫날부터 진행된 양국 정상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시찰엔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 설명을 담당했고 22일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숙소인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정 회장을 단독 면담했다.

양국 국기 그려진 마스크, 방명록 대신 반도체 웨이퍼 마련한 삼성

두 정상과 평택캠퍼스 시찰에 동행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을 적극 홍보했다. 이 부회장은 양국 정상의 연설 직전 단상에 올라 영어로 "양국 대통령을 소개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세계 최대 규모이자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인 평택캠퍼스에 오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 방문에 앞서 진행해온 3라인(P3) 공사를 중단하고, 하루 전날 이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리허설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세심함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동선까지 고려한 이 부회장은 반도체 생산에 투입된 미국산 장비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어 방명록 대신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세계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3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내놓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우리 측 참석자들이 착용한 마스크엔 미국과 한국 국기가 그려졌는데, 이는 양국 간 협력의 의미를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삼성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통 큰 투자 보따리로 바이든 대통령 맞은 현대차

정 회장도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통 큰 투자 보따리를 풀면서 민간 외교관으로 나섰다. 특히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10분으로 예정됐던 독대 시간을 예정보다 40분이나 길어진 50분까지 늘리면서 환담했다. 이날 회동을 가진 하얏트 호텔 수영장 옆, 워터풀가든에서 나란히 입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퇴장할 때엔 함께 나왔던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친근감도 표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대규모 투자 발표로 이어졌다. 전날 현대차에서 미국 조지아주내 1,183만㎡ 부지에 6조3,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연산 30만 대)과 배터리셀 생산시설 신설 등을 발표한 데 이어, 정 회장은 이날 추가 신규 투자 계획까지 공개했다. 2025년까지 미국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추가로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이로써 정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약속한 투자액은 총 105억 달러에 달했다.

"공급망 재편 등 중장기 플랜 마련 위해선 총수 역할 절실"

재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현대차만 지목, 직접 회동한 만큼 반도체, 전기차 분야에서 한미 양국 기업 간 협력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중장기적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총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로 매주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처지다.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날에도 재판 일정이 있었지만, 재판부의 불출석 허락으로 행사 참석이 가능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로, 7월에 형이 만기된다 하더라도 향후 5년간 취업제한을 받게 돼 외부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공급망 재편 등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새롭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기업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경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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