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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4위' 대장암, 가족력 없더라도 45세 이후에 5년 마다 내시경검사해야

입력
2022.05.23 20: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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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안병규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안병규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기에 45세가 넘었다면 5년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안병규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기에 45세가 넘었다면 5년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대장암은 갑상선암과 폐암, 위암에 이어 발생 4위 암에 올랐다(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그런데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어질 때가 많다.

소화불량·속 쓰림 등 흔한 증상만 생겨도 위 내시경검사를 받지만 대장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한 상태일 수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가족력이 없더라도 45세가 넘으면 5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대장암 치료 전문가’ 안병규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는 “대장암은 유전 요인, 음식 및 식습관 그리고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며 “특히 직계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게 되므로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대장암 주증상을 꼽자면.

“대장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 크게 전신 증상과 암 발생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국소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전신 증상으로는 체중 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대장암이 아니어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반면, 국소 증상은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 대장에서 암이 발생했을 때는 위치가 항문에서 멀기 때문에 선홍색보다 검은색에 가까운 형태로 변을 보게 돼 흑색 변과 빈혈이 흔히 나타난다. 또한 대장 내강, 즉 지름이 왼쪽보다 넓으므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암이 크게 자라는 경우가 많아 배에서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꽤 있다.

반면 왼쪽 대장은 오른쪽보다 지름이 좁아 암이 조금만 자라도 장이 막힐 때가 많아 장폐색·변비 등이 나타나고, 항문에 가깝기 때문에 선홍색에 가까운 혈변이 나타날 때가 많다. 직장암의 경우 선홍색 혈변, 잔변감이 많이 나타나고 변이 가늘어지거나 자주 보게 된다.”

-대장암 원인과 진단 시기는.

“대장암 발생은 유전 요인, 음식, 식습관 그리고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대장암의 90~95%는 대장 점막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 ‘대장 용종(大腸 茸腫·colon polyp)’이 오랫동안 유전자 돌연변이와 환경 요인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암으로 진행된다. 이를 ‘산발성 대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암의 5~10% 정도만 유전성 대장암으로 분류된다.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이 이에 속한다. 유전성 대장암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 되는 암을 말한다. 직계 가족 중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등에 걸린 가족이 많으면 이를 의심해야 한다.

또한 직계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나머지 가족의 대장암 위험이 2~8배 늘어날 수 있으므로 젊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장암 전문의와 가족력 및 유전성 대장암 상담이 필요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45세 이후 5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대장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치적 수술이다. 이는 병소를 포함해 암이 퍼져나갈 수 있는 넓은 범위의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이다. 일부 진행성 대장암에만 고식적(姑息的) 개복술을 시행하지만 최근 대장암은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 같은 최소 침습 수술로 치료한다. 이러한 수술법은 환자 통증을 줄이고 조기 회복이 가능하다. 전에는 대부분 고식적 개복술이 시행됐는데, 이는 배꼽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15~30㎝ 정도로 크게 개복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점점 많아지면서 고식적 개복술을 대체하고 있다. 수술은 복부에 0.5~1.5㎝ 정도의 작은 구멍(절개창)을 4~5개 뚫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집어넣어 진행한다. 창상 크기가 작고 환자에게 미치는 생리적 변화가 적어 ‘최소 침습 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이라고 한다.

최소 침습 수술을 시행할 때 창상 크기는 개복술보다 25~30% 정도 작아 수술 후 환자 통증이 훨씬 적고 조기에 환자가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수술 후 흔히 발생하는 폐 합병증이나 창상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고 장 운동의 회복 속도가 빨라 조기 퇴원이 가능한 데다 일상생활 복귀 시간도 줄일 수 있는 등 장점이 적지 않다.

물론 모든 대장암을 최소 침습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장 폐색이 있는 대장암과 4기 대장암은 광범위한 완전 절제를 위한 개복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의 장점이 많아 그 적응증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 더 많은 대장암을 최소 침습 수술로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장암 복강경 수술 빈도는 2008년 43.5%, 2013년 65.7%로 크게 늘었다. 로봇 수술은 주로 중·하부 직장암에 적용되는 수술인데, 수술법은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지만 기존 복강경 기구 대신 3차원 카메라와 로봇 팔을 이용한다.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의 장점 외에도 골반강 내에서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비가 비싼 게 흠이다.

최소 침습 수술은 장점이 많고 완전하게 시행될 수 있는 좋은 수술법이어서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일부 환자와 보호자 가운데 최신 기법 수술이 가장 좋은 수술법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암 수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최소 침습’이 아닌 ‘완치’다. 환자 상태에 맞는 최선의 수술법을 택해 정확히 수술하는 것이야말로 최소 침습 수술로 대장암을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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