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IPEF로 역내서 中에 뒤처진 美 주도권 강화
“美 우크라 집중하는 동안 中 분쟁지역 점령 안 된다”
내주 시진핑에게도 대화 제의, 역내 문제 담판 가능성도
20일 시작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의 방점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경제ㆍ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데 찍혀 있다. 이번 방문이 다른 의미에서는 중국을 향한 경고이자 견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문제 등 모든 이슈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 대화를 제안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 구조를 새롭게 보여줄 것”이라며 “21세기 미래의 많은 부분을 규정할 이 지역에서 미국의 효과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십과 관여를 위한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방문 의도를 밝혔다. 말 그대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순방의 초점은 역내 안보ㆍ경제 분야 협력체계 강화에 맞춰져 있다.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4개국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한국ㆍ일본 등이 참여하는 경제협력체인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등이 예고돼 있다. 아시아 첫 순방 일정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로 잡은 것도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라는 포석이 깔려 있다. AP통신은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이 태평양에서 영토 야욕을 숨기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과 동맹인 미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경우 세 나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와 대러 제재에 집중된 미국의 관심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공군 전투기는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넘나들며 영토 병합 야욕을 숨기지 않았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일본 영해엔 중국 해군 함정이 최근 빈번하게 넘나드는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긴장도를 높여 왔다. AP통신은 “중국이 역내에서 분쟁지역의 영토를 점령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번 순방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핀란드ㆍ스웨덴 정상들과 회담한 뒤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동맹은 우리를 지켜주고, 나는 세계의 힘과 안전에 대해 논쟁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 등 동맹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설리번 보좌관도 “이번 방문에서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민주국가와 개방사회가 힘을 합쳐 강력하고 힘차고 역사적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면 세계가 어떤 모습이 될지 긍정적 비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 순방을 통한 간접적 견제와 경고는 물론, 내친김에 순방 직후인 다음주 시 주석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행 비행기에 동승한 백악관 관계자는 기내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 간 대화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고, 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정상회담에 응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남중국해 등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19일 중국 군사당국은 서해에서는 19일~6월 2일, 남중국해에서는 19~23일 훈련을 각각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해군의 성능 향상을 위한 군사훈련이라는 입장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과 맞물리면서 이 지역 패권 과시를 위한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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