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녀’의 열정과 소금땀으로 일군 8000평 농장
좌충우돌 3년 만에 회원수 1300만 온라인몰 입점
제주도에 있는 영농조합법인 ‘물이 좋아 산이 좋아 농장’의 박현정 대표는 평생을 서울과 외국의 대도시에서 살아온 ‘까도녀’이었다. 스스로 진단하기를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기에 일도 놀이도 남자 뺨치게 열정적으로 해냈다. 그게 탈이었다. 한강 건너듯 태평양을 오가는 잦은 출장 스케줄을 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일에 집중하다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박 대표가 제주도에 내려온 건 지난 2017년 암 수술을 받은 직후다. 휴양을 통해 몸도 맘도 추스르다 소설을 쓰며 농사를 짓는 이웃을 만났다. 그이의 ‘잘 쓴 소설보다 잘 익은 귤이 행복하게 한다’는 말에 혹 빠져 일을 저질렀다. 이리저리 돈을 융통해 덜컥 8000평에 가까운 땅을 사서 농부가 된 것이다.
첫 삽에 귤이 잘 익을 리 없었다. 재배 작물마다 실패의 연속, 농장 매출 통장엔 도무지 싹이 나지 않았다. 모종값에 농약값은 왜 그리 비싸고, 인건비는 자고 일어나면 올랐다. 오르지 않는 건 매출뿐이었다. 지식 없는 열정은 차라리 게으름만도 못하다던가.
첫해는 된장을 만들고 싶어 메주콩을 사다 심었다.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기에 새벽 댓바람부터 몸빼바지 휘날리는 소리를 들려줬건만 영 비리비리한 게 아닌가. 남들 수확량의 반도 못 건졌지만, 첫해니 그렇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타작을 했더니, 웬걸 메주콩이 아니라 콩나물콩이었다. 농부의 발소리 대신 한숨을 들어서인지 3000평에 심은 감귤나무조차 스트레스로 바짝 말라 갔다.
그래도 땅은 농부의 땀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게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차츰 농부의 꼴이 잡혔고 태가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웃들의 도움이 컷다. 한두 해가 지나 박 대표의 끈기와 노력을 보고 동네 이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2년 차부터 농사가 괘도에 올라 올해 한라봉을 정식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당당한 3년차 농부로서 자신감과 열정을 회복한 박 대표는 자체 온라인몰 ‘마켓인플러스’를 개설하였다. 네이버쇼핑몰 ‘마켓인제주’도 운영하며 농장 생산작물의 유통 라인을 구축하였다.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올해 회원수 13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기업의 온라인몰과 입점 계약을 체결하는 큰 결실도 봤다.
올해 매출목표 달성은 가시화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스스로 욕심을 다독인다. 유 병력자가 식단 기준을 지키듯 모든 제품을 꼼꼼하게 검수, 선별하고 판매하는 원칙을 고수할 참이다. 제주 약용 특산물을 활용하여 치유 뷰티 제품을 만드는 게 다음 꿈이다. 이를 위해 기능성 화장품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무리 지어 벽을 넘는 담쟁이처럼 이웃들과 함께할 작정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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