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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양봉’에 ‘벌집 사옥’까지…꿀벌 실종 시대, 팔 걷어붙인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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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양봉’에 ‘벌집 사옥’까지…꿀벌 실종 시대, 팔 걷어붙인 대기업들

입력
2022.05.19 19: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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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스마트 양봉 기술 개발
KB금융은 여의도 사옥 옥상에서 양봉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자택서 직접 키워

한화그룹이 '유엔 세계 꿀벌의 날'을 앞둔 19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인 솔라비하이브에 꿀벌이 입주해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유엔 세계 꿀벌의 날'을 앞둔 19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인 솔라비하이브에 꿀벌이 입주해있다. 한화그룹 제공

# 한화그룹은 최근 자사 태양광을 활용한 ‘스마트 양봉’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외 ‘꿀벌 실종’ 사태가 생태계 붕괴와 인류 식량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한화가 개발한 벌집 ‘솔라비하이브’는 벌통 내 온도와 습도, 물과 먹이 현황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고, 천적인 말벌의 접근 차단도 가능해 학계에서도 꿀벌 개체 수 증식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꿀벌 살리기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 양봉 기술 개발에서부터 나무 심기와 사옥이나 총수 자택 내 꿀벌 키우기 등을 포함해 방법도 다양하다. 일상생활에선 반드시 필요한 꿀벌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야 할 시점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온실 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 등으로 꿀벌의 개체 수나 종류의 다양성까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꿀벌 보호에 앞다퉈 나선 배경이다.

한화그룹은 ‘유엔 세계 꿀벌의 날(5월 20일)’을 하루 앞둔 19일 “탄소저감벌집 솔라비하이브를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시범 설치했다”며 “여기엔 약 4만 마리의 꿀벌들이 살며, 교내 실습용 과일나무와 주변 지역 식물의 수분(受粉)에 도움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한화에 따르면 솔라비하이브는 꿀벌들의 생육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벌통과 벌통에 전력을 공급하고 제어하는 외부설치물로 구성된다.

한화그룹이 '유엔 세계 꿀벌의 날'을 앞둔 19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인 솔라비하이브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이 '유엔 세계 꿀벌의 날'을 앞둔 19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인 솔라비하이브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 관계자는 “벌집 상단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된 전력을 통해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벌통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응용소프트웨어(앱)로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이 적용됐다”며 “말벌 같은 꿀벌의 천적 출몰을 소리 측정과 분석을 통해 탐지하는 기능도 탑재해, 말벌이 접근하면 솔라비하이브의 입구가 꿀벌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통로로 전환해 말벌의 침입을 차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꿀벌 생태계 복원에 뛰어든 다른 기업도 눈에 띈다. 최근 KB금융그룹은 아예 도시양봉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와 손잡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도시 양봉장을 설치했다. 꿀벌 서식지 조성 차원으로, 여의도 한복판에 약 12만 마리의 꿀벌이 사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셈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겨울부터 올해 봄까지의 짧은 기간에 전라, 경상, 강원 등 전국적으로 꿀벌 약 78억 마리가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KB국민은행 본관 옥상 'K-Bee' 도시 양봉장에서 벌 키우기 체험 활동을 하는 KB금융그룹 직원 가족들. KB금융그룹 제공

KB국민은행 본관 옥상 'K-Bee' 도시 양봉장에서 벌 키우기 체험 활동을 하는 KB금융그룹 직원 가족들. KB금융그룹 제공

총수가 직접 양봉에 나선 사례도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서울 성북구 자택 뒤뜰에 설치한 벌통을 지금도 운영 중이다. 4만 마리였던 꿀벌은 1년 새 15만 마리가 됐고, 꿀 생산량만 해도 연간 10L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사내 연수원(LS미래원)에 토종 꿀벌 40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벌통 26개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꿀벌의 실종 사태가 인류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유엔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약 78억 명이던 세계 인구가 2100년엔 약 110억 명에 달하면서 식량 수요도 급증할 예정이지만, 향후 인구에 비해 부족해질 것으로 점쳐진 꿀벌은 인류의 식량위기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자택 양봉에 나선 구자은 LS그룹 회장. LS그룹 제공

지난해부터 자택 양봉에 나선 구자은 LS그룹 회장. LS그룹 제공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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